유승민에 막힌 친박계 '친위 지도부 구축'..표류하는 거사?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2015. 7.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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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윤성호 기자)
전광석화처럼 진행될 것 같던 새누리당 친박계 주도의 '친위 쿠데타' 즉 집권당 주도세력교체 시나리오가 대구경북의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유승민에게 1차 저지당하고 숫적열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표류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존재를 부정하고 친박계가 당주류에 대립각을 세우며 유승민 끌어내리기에 올인하는 최근 집권수뇌부 행태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집권세력 재편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명분으로 나서긴 했으나 직접 동을 뜨고 나섰다는 점에서 후진국에서나 발생할법한 이른바 친위쿠데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부를 해체, 헌법을 무효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약화된 권력 강화에 나서는 걸 친위쿠데타라고 할 때, 합법적으로 선출된 새누리당 지도부를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부정한다는 점, 그리고 권력의 장악력 강화 이를 통한 20대 총선대비를 꾀한다는 점에서 여당 내홍의 본질은 국정장악력 강화에 있다.

자신의 집권 기반을 부정하면서 까지 여권 지도체제 흔들기에 나서야할 절박한 이유는 뭘까?

박근혜 대통령의 조급함이 작용했다는 말들이 많다. 2012년 집권후 이번 달로 5년 임기의 절반에 이르러 임기의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짧지만은 않은 2년 6개월 동안 이룬 것이 거의 없다고할 정도로 국정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집권초 윤창중 인사파동과 4명의 국무총리 낙마,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숙한 대응, 메르스 초기대응실패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허둥대던 현 정권의 미숙함과 무능만 각인돼 있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인기가 예전 같을 수 없고 기대는 원망으로 바뀔수 밖에 없다. 이는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초 70%에 이르던 지지율이 최근들어 20%대로 바닥을 찍었다.

지지율이 낮아지니 국정동력은 자연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선거의 여왕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갈길은 2년 6개월이나 남아 있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움직임이라는 것이 여당내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치고 나왔을 때부터 새누리당 주류에서는 노림수가 현 김무성-유승민 지도체제 붕괴와 새로운 친위 지도체제 구축에 있다는 본질을 간파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친박세력을 앞세워 지도체제 교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이어 "그 방식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유도와 친박성향 원내지도부 옹립이었고 김무성 대표와는 공존이 불가능할 경우 교체를 시도한다는 플랜이 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거사(?)초기까지 친박 최고위원 동반사퇴를 통한 김무성 체제 무너트리기가 공공연히 거론됐지만 이 경우 당 주도권을 통째로 유승민에게 내줄 수 있는 가능성이 문제로 떠올랐고 이 시나리오는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근들어서는 유승민 사퇴→ 친박 원내대표 선출, 친박 최고위원 집단사퇴→비대위체제→전당대회 실시 시나리오가 여권 친박계 주변에서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이 시나리오의 중심인물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 장관은 올해 초 사석에서 '총선거에 대비해 하반기쯤 국회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벌써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류 진영에서는 이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최고위 지도부의 한 측근은 2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박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설사 비대위체제 구축에 성공하더라도 곧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당 세력분포상 친박지도부가 구성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헌을 보면 "대표최고위원 궐위시 60일 이내에 전당대회에서 선출한다"고 규정돼 있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비로소 당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당원들이 친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겠느냐는 것이다. CBS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는 35명 비박계는 54명, 중립성향은 71명으로 나타났다. 중립 성향 의원 가운데 25명이 친박성향으로 분석돼 이들을 합치더라도 총 친박계 숫자는 60명에 불과하다.

전당대회 득표경쟁은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 세력분포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친박계가 숫적열세를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이런 구도에서 비대위원장 자리를 어떤 형식으로 거머쥘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고 재선의 김성태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렸으면 그렇게(교체) 진행됐을 지 모르나 우리가 넋놓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양손에 떡을 다 쥐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민심도 녹록치 만은 않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일 대구MBC 인터뷰에서 "제 정치철학으로는 유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친박계에 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여론이 청와대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 탓에 최근들어 친박계의 예봉은 눈에 띠게 꺾인 모습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친박계가 애초 동력을 과신한 것이 잘못이었고 중립지대 의원들이 손쉽게 견인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허를 찌르는 공세에 초반에 허둥대던 당주류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버티기로 시간을 벌고 공세에 어느 정도를 내성을 가지게 된 것도 당내분 전개의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국회법 재의결이 이뤄지는 6일을 지나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상황 돌파를 위한 묘책을 찾지 못할 경우 친위지도부 옹립의 꿈은 헛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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