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판치는데.."돈 없어서" 연구소 낮잠

한세현 기자 2015. 7. 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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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향고양이가 관련된 사스, 가금류와 연관이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그리고 박쥐와 낙타로부터 시작됐다는 메르스 바이러스, 모두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리는 인수공통 전염병입니다. 정부가 2년 전 인수공통 전염병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며 371억 원을 들여서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소가 지금 개점 휴업상태입니다.

기동취재, 한세현 기자입니다.

<기자>

전북대학교 부설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입니다.

연 면적 1만2천700여 제곱미터, 건물 4개로 구성된 대규모 연구 시설입니다.

들어가 봤습니다.

복도에는 불이 꺼져 있고, 교수 연구실은 텅 비어 있습니다.

실험실은 전선과 실험용 파이프가 연결조차 안 돼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새나가지 않도록 건물 한 동 전체를 음압 시설로 지었지만 정작 연구용 장비는 보이질 않습니다.

1개에 1억 원이 넘는 실험동물 사육 케이지도 모두 비어 있고, 수억 원짜리 동물 사체 처리기는 가동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관계자 : 개점 휴업했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어찌 보면 개점도 못 했습니다. 개점이라도 해봐야, 휴점이라는 것도 하죠.]

연구 인력이 최소한 150명은 있어야 하지만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은 8명에 불과합니다.

의대, 수의대 등 전북대의 관련 학과 교수 36명을 '겸임 교수'로 등록했지만,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연구는 없습니다.

[연구소 겸임교수 A : ('겸임 교수' 중에 실제로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분은 계세요?) 없어요, 한 명도 없어요. 누가 있겠어요.]

[연구소 겸임교수 B : 한 명도 안 가요. 누가 간다고 해요? 거기 간다고 사인한 사람 있어요?]

나랏돈 371억 원을 들인 연구소의 현주소입니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관계자 : 아시아 최대 연구소라며 메르스 오면 헌신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연구소 짓지 말고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들한테 연구비로 나눠줬으면 메르스가 이 정도까진 안 퍼졌을 거예요.]

연구소를 운영하려면 한 해 30억 원 이상 필요한데 그 돈이 없어서 연구를 못 하는 겁니다.

[전북대학교 담당자 : 정부에서 지원해서 활성화 시켜야지, 대학에만 맡겨둘 사안이 아니에요. 대형 연구소를 운영할 만큼 학교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요.]

교육부는 대학이 운영할 능력이 없으면 정부로 넘기라는 입장입니다.

[교육부 담당자 : 국가 연구 사업을 하는 부처 산하로 가는 게 맞을 거 같은데, 대학은 자기들의 자산을 그냥 내준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메르스로 온 나라가 곤경에 처한 지금, 메르스 대책을 연구해야 할 첨단 연구소가 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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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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