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다운 '디테일의 도시'

백영철 입력 2015. 7. 2. 18:19 수정 2015. 7. 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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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쿤산·쑤저우·난징
졸정원의 연못과 정자. 키 큰 나무가 사람과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졸정원은 섬세하면서 그윽해 자세히 보아야 더 아름답다.쑤저우=문화미디어랩 제공

"그녀는 아크로폴리스 기둥을 만져보기 위해 그리스에 가고, 사해 물속에 발을 담그기 위해 이스라엘에 간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이집트에 가서 피라미드 위에 올라가 보고 인도에 가서 갠지스강에 들어가 보고…." 왜 여행을 하느냐에 대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그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호기심, 현실적 감촉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욕구가 여행의 본질이라고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에서 말했다.

무라카미 식대로 말하자면, 중국의 쿤산(昆山), 쑤저우(蘇州), 난징(南京)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아름답다. 유난히 섬세한 디테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들의 속살이 그렇다. 고상한 취향을 드러내는 정원이 그렇고 수로는 오밀조밀하며, 건축물은 인간친화적이다. 아기자기하고 겸손하며 귀족의 고상한 취미가 넘쳐난다. 이곳의 볼거리는 안으로 들어가야 실체를 만질 수 있다.

쑤저우의 졸정원(拙政園)은 이름조차 겸손하다. '졸정(拙政)'이라는 말은 '졸자지위정야(拙者之爲政也)'라는 말에서 따왔다. 좋은 정치를 하려면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규모는 5만1950㎡(1만5700평)에 달하는 장원이다. 구멍이 숭숭 나있는 기암괴석과 흐드러진 버드나무, 비 오는 날 서걱대며 노래하는 대나무숲, 넓은 연못과 연꽃, 수천 마리의 비단잉어, 시인과 예인들이 재능을 뽐냈을 누각과 고졸함을 자랑하는 정자가 이어진다. 700∼600년 전부터 귀족들끼리 즐기기 위한 장소였으니 그윽하고 은밀하다.

고요한 정원을 호젓하게 만끽하자면 아침 일찍 찾으면 된다고 한다. 보통 오전 7시부터 문을 열지만 특별히 오전 6시에 입장할 수 있다. 단 입장료를 더 내야 한다. 간단한 공연에다 도시락을 주고 388위안(약 6만8000원)을 받는다. 예약제로 한다고 하니 귀족의 취향을 누리고 싶으면 시도할 만하다. 연못에 가득 연꽃이 피는 7월부터 11월은 입장료가 20위안(평소 70위안) 더 비싸다고 한다(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본질은 이런 곳이다).

섬세함은 정원 곳곳에서 확인된다. 바닥은 기와와 작은 돌로 온갖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학의 긴 다리와 작은 발톱도 볼 수 있다. 발바닥으로 꼭꼭 밟으며 장수와 복을 빈다. 담의 창문과 창살은 모두가 다른 문양이어서 바깥에서 다양한 형태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분재 공원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나라의 왕 합려가 묻혀 있다는 호구(虎丘)공원에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600그루의 분재가 눈길을 이끈다. 돌과 나무가 어우러져 분재 하나하나가 모두 괜찮은 정원이다. 유원(留園)은 아담하다. 전통문양이나 작은 건축물에 꽂힌 채 그대로 머물러도 좋다.

호구산 분재

쿤산의 주장(周莊)은 600여년 전 당대 최고 호족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재현한다. 한국의 부잣집은 고래 등 같고 넓은 마당을 자랑하지만 이곳은 위세를 과시하기보다 내부지향적이다. 정원은 두세 평으로 넓지 않다. 집 사이의 좁은 공간에 꾸며져 있다. 살림집은 보통 2층인데 내실로 들어가면 바깥으로 나가기 쉽지 않다. 주인과 종의 공간은 구분돼 있다. 종들이 다니는 통로는 집의 모서리에 나 있으며 좁고 어둡다.

쑤저우시 좁은 골목

난징의 총통부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민주적이다. 20세기 중국의 개화와 삼민주의를 외친 곳인 만큼 쑨원과 국민당 주석 장제스의 집무실은 소박하다. 국무회의실에서 주석의 자리는 의자의 높이만 다른 이의 것보다 10㎝ 정도 높아 보였다. 3층 건물에 설치된 작고 좁은 엘리베이터도 그저 앙증맞다.

쿤산·쑤저우·난징=백영철 기자 iron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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