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새누리당판 '막장 드라마'

김정남 2015. 7.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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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 사퇴' 논란 속 김무성·김태호 정면충돌..최고위 파행총선·대선 가까울수록 정쟁 더 격화될듯..민생실종 우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그만해.

김 최고위원=잘못 전달되면 안 됩니다.

김 대표=(최고위원회의 회의장 박차고 나가면서) 회의 끝내겠습니다.

김 최고위원=대표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김 대표=마음대로 해.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그만해. 김태호 XXX.

김 최고위원=(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이유가 왜 없어.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

터질 게 터져버렸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나흘 전 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유승민 정국’은 잠시 잠복기를 거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끝내 곪고 곪았던 당내 갈등은 더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비박계(비박근혜계)인 김 최고위원이 친박계 최고위원들보다 더 앞장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석상에서 계속 촉구하자, 사태 수습에 고심 중인 김 대표가 폭발해버린 것이다. 유승민 정국에서 겉으로라도 존재했던 품격과 예의는 사라져버렸다.

여권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넘어 내후년 대선 대표주자 등을 두고 추후 당내 내홍은 더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劉 사퇴’ 논란 속 김무성·김태호 정면충돌…최고위 파행

이날 파행의 시발점은 김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이날도 유 원내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콩가루 집안이 잘되는 것을 못봤다”면서 “유 원내대표 스스로가 콩가루 집안이 아닌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한 만큼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연일 ‘유승민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예전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끝내 막장으로 치달은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김 최고위원 이후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유 원내대표가 판단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원 의장은 이어 “긴급 최고위를 한지 3일 밖에 안됐는데 그것을 못 기다리느냐”면서 “해도 너무 한다”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원 의장은 그동안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원 의장마저 폭발한 것은 김 최고위원의 언행이 너무 지나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새누리당 공개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끝난 뒤 이를 다시 자청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정면으로 충돌한 게 이때부터다. 김 최고위원이 다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려하자 김 대표가 회의를 중단시켰고, 김 최고위원도 항의하며 따라 퇴장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이 흥분하자 옆에 있던 서청원 이인제 최고위원도 말렸을 정도였다. 그 과정에서 회의장 안은 욕설과 막말이 난무해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여진은 계속됐다. 김 대표는 퇴장한 후 주변에 “수습하려는 와중에 매우 유감”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파국으로 가지 않기 위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그걸 못 참고 연일 그렇게 비판을 하느냐”면서 “기본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 역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회의를 중단한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총선·대선 가까울수록 정쟁 더 격화될듯…민생실종 우려

여권의 이같은 내홍은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다툼에 더해 각 정치인 개개인의 선명성 경쟁까지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 최고위원이 친박계와 깊이있는 교감을 한 후 사퇴를 매번 주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만에 하나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번에 ‘유승민 찍어내기’를 이루지 못하고 밀릴 경우 유 원내대표를 향해 ‘2차 행동’에 나설 개연성도 다분하다. ‘퇴임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박 대통령까지 정쟁에 뛰어들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싸우는 막장 드라마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 민생 대책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박근혜정부가 그렇게 주장했던 집권 3년차 ‘골든타임론’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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