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취업률 낮다고? 방학 더 늘려라"

CBS노컷뉴스 장규석·조성진 기자 2015. 7.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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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구론을 돌파하라⑤] 대학교육 바꿔야 인문계 취업난 풀린다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인문사회계 전공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더욱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인구론', '문송'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시점에, 문과 취업준비생들은 어떻게 취업시장의 벽을 뚫을 수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총 4회에 걸쳐 취업을 앞둔 인문계 전공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한 대학의 채용상담회 모습 (자료사진)
"저 아시는 분이 '너는 아직도 공부하고 있냐' 그래요. 그분은 나이가 60세 정도 되셨는데 '나 때는 4학년 2학기 때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없었다'면서 한심하게 보시더라구요. 저는 1학년 때부터 방학 때도 쉬어본적이 없어요. 학원 다니고 스펙 쌓고 봉사활동까지 하면서… 그런데 미래는 어두워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 부모님 기대는 커지지…"

김은미(가명·24·여) 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제 곧 졸업을 앞둔 한 지방사립대 4학년생이다. 전공 공부하랴 스펙 쌓으랴 방학 때도 쉬어본 적이 없다는 그녀지만 백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 그가 맞고 있는 4년 대학 교육의 말로다.

컴퓨터나 IT관련 훈련을 받아 취업문이 상대적으로 넓은 이공계 분야 일자리를 노려볼 생각은 해봤냐는 질문에 "그런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해주는 교수님도 안 계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그러면서 "교수님들이 자기들만의 프라이드가 있으셔서 그런 얘기를 잘 안 하신다"고 말했다.

올해 갓 신입사원이 된 직장인 김경렬(26)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부 특강을 빼고는 학교 수업 안에서는 취업관련 실무 같은 수업은 없었다"면서 "취업을 위해선 자격증 등 스펙 쌓기가 먼저였으니까 다들 학교 밖에서 스펙을 올리는데만 열중했다"고 회상했다.

◇ 쉬지않고 스펙 쌓기 노력했는데…취업門 더 좁아져

기업들은 이공계 전공자를 선호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오호영 선임연구위원은 “회계와 인사, 물류관리 등 경영·관리 업무는 상당 부분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자동화 됐고, 인문사회 지식은 스마트폰 검색 몇 번으로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은 "이공계 전공자들이 경영이나 인문 지식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어학실력까지 갖춘 경우가 많아 굳이 인문계를 가려 뽑을 필요가 없어진 반면, 기술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이공계 전공자들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과 전공자들도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공계 지식을 쌓기위한 교육과 훈련에 과감히 도전해야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국문과 학생들도 출판계로 취업하려면 편집에 필수적인 매킨토시 정도는 능숙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KAIST 문송천 교수는 "대학이 인문계 학과들이 취업이 안 된다고 말만하지 말고,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면서 "법대도 소프트웨어 과목으로 50%정도 넣어 삼성전자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그러나 대학 재학기간, 그 누구도 직업 교육이나 훈련을 말하지 않았고 이공계 소양을 쌓으라는 조언도 해주지 않았다. 문과 계열은 아무 대책없이 졸업반 4학년에 접어든다.

이런 현상 뒤에는 앞서 김 씨가 말한 것처럼 교수들의 자존심과 학과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국문과 교수들이 누구도 매킨토시를 말하지 않는 이치다. 그러면서 교수들은 대학은 '직업훈련소'가 아니라 '학문의 전당'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 말해주는 교수님도 없었다…차라리 방학늘려라

불안한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들은 그럴수록 스펙 쌓기에 더욱 몰두할 수밖에 없다. 청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취업사교육 경험이 있고, 한 달에 평균 3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직업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학교 밖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연구부 김용성 선임연구위원은 "상황이 이렇다면 차라리 대학교의 방학을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수들이 바뀌지 않을테니 차라리 방학기간을 늘린 뒤, 그 기간에 다양한 문-이과 융복합 과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수강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융복합 교육을 토대로 인문계 전공자들도 과감히 이공계 관련 직업에 뛰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김 위원은 아울러 '재학생 인턴제'와 같이 방학 기간에 학생들이 기업에서 실제로 현장훈련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가능하다면 고교 수준에서는 문-이과 구분을 아예 없애고, 대학교 1학년까지 여러 전공을 체험하고 진로를 타진해 볼 수 있도록 자유전공제를 전면 도입하는 등, 대학 입시 단계부터 졸업까지 교육에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계 90%가 노는' 상황을 깰 수 있는 본질적이자 장기적인 접근은 바로 취업시장에서의 공급, 즉 대학 교육을 수요에 맞게 바꾸는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CBS노컷뉴스 장규석·조성진 기자]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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