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인터뷰] ① "8회 연속 월드컵 나가 증명하자"

윤태석·김희선 2015. 7.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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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윤태석·김희선]

여자대표팀 윤덕여(54) 감독의 현역시절 별명은 '코뿔소'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그라운드만 들어가면 무섭게 돌변했다. 윤 감독과 동기인 최순호(53)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아시아를 호령하던 공격수였지만 프로에서 뛸 때면 윤 감독의 악착같은 태클과 밀착 수비에 애를 먹곤 했다. 윤 감독은 2012년 12월 여자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가 선수 은퇴 후 쭉 남자팀만 지도해왔던 터라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윤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코뿔소'의 저력을 보여줬다. 캐나다 여자월드컵에 출전해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윤 감독을 1일 광화문 카페에서 만났다.

◇ 일간스포츠가 묻다 - "스페인전은 평생 기억"

- 남자팀만 지도하다가 갑자기 여자팀을 맡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셨죠.

"낙하산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죠. 선수들도 처음엔 '저 사람은 뭐지'라며 의아하게 봤을 겁니다. 여자축구가 배타적인 부분도 있더군요. 분명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럴 수록 운동장을 더 많이 찾고 열심히 선수들을 체크했죠. 기술위원회가 저를 택한 게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했습니다.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지도자들도 조금 더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미국 감독은 여성이었잖아요. 당당하고 보기 좋더라고요. 우리도 빨리 그런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전 전반을 보고 16강은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반전의 반전 비결은 뭔가요.

"경기 전 윤영길 박사(멘틀 코치)가 '심리적 관성'이란 이야기를 하더군요. 우리는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 다 이긴 경기를 놓쳤고 스페인은 브라질과 2차전에서 졌지만 막판까지 몰아쳤거든요. 그런 심리가 3차전까지 이어진다는 거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 말이 틀리길 바랬는데 스페인전 전반에 그대로 나타나는 거에요.(웃음) 하프타임 때 언성을 좀 높였죠. '우리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한국에서 응원하는 여자축구 팬들을 생각해라. 지더라도 할 건 하고 지자'고 했죠. 다행히 후반에 동점골이 빨리 터졌고 교체로 들어간 김수연이 결승골로 큰 일을 해줬죠. 제 축구인생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가 아닌가 싶어요."

스페인전에서 일명 '슛터링'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김수연(오른쪽)과 지소연.

- 김수연이 슈터링을 올리는 순간 감이 오셨나요.

"그건 분명 슛이 아니고 크로스였어요.(웃음) 김수연이 유영아를 보고 올린 겁니다. 나중에 그 영상을 수십번 봤는데 스페인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있어서 골이 바로 안 들어갔더라도 유영아가 헤딩으로 득점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남자대표팀은 예전에 위계가 엄격했지만 요즘은 안 그렇습니다. 여자팀은 어떤가요.

"허물이 없어요. 최고참 김정미와 막내인 이소담·이금민은 10년 차이인데 스스럼 없이 지냅니다. 밥을 먹을 때 식판 들고 제일 먼저 줄 서는 선수가 막내 이금민이에요. 언니들이 그런 모습을 귀엽게 봐주니 가능한 거죠. 이런 분위기가 참 좋아요."

지난 5월 18일 열린 여자월드컵 출정식에서 행사 도중 즉석 댄스를 선보이는 권하늘(오른쪽)과 이금민.

- 팀의 분위기메이커는 누구인가요.

"권하늘이죠. 하늘이는 보통이 아녜요. 여자팀이 매년 초 키프러스컵에 나가는데 대회 마지막 날 참가그룹 선수들이 다 참석하는 파티가 열리거든요. 한 번은 하늘이가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춰서 완전히 휘어잡았죠.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하늘이와 사진찍으려고 줄섰다니까요."

- 특히 고마운 선수가 있나요.

"경기를 1분도 뛰지 못한 선수가 전민경, 윤영글, 송수란, 김혜영 네 명입니다. 이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큰 무대에 왔으니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선수들이 이해해줬죠."

(왼쪽 사진 상단부터)전민경과 윤영글,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송수란, 김혜영은 이번 월드컵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했지만, 똑같이 땀방울과 눈물을 쏟은 선수들이다. 윤덕여 감독은 이들에게 미안한 만큼 더 고맙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황보람은 남자친구가 캐나다로 응원을 왔고 조소현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어떠세요.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선'만 지킨다면 선수들이 연애하는거 이상한 눈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어요. 우리도 선수 때 연애 다 했는데요 뭘. 현역 시절이 생각나네요. 한일은행에서 뛸 땐데 성적이 안 좋아 김호 감독님이 외출 금지령을 내렸어요. 제가 몰래 빠져나와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가 감독님을 딱 마주친 거에요. 근데 모른척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막 놀던 놈은 아니었으니 용서하신 것 같아요.(웃음) 우리 선수들도 좋은 인연 있으면 만났으면 해요. 또 축구선수 아니더라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 들으라고 이야기합니다."

◇ 태극낭자가 묻다 - "8회 연속 월드컵 나가 증명하자"

- 감독님은 술을 아예 안 드시지만 그래도 저희랑 맥주 한 잔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조소현)

"그럼. 언제든 환영이지. 밖에서 훨씬 더 재밌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술, 담배는 전혀 안 하지만 그날은 내가 좀 마셔야하나?(웃음)"

- 저 결혼하면 축의금 얼마나 내실 건가요.(조소현)

"하하. 나 지금 백수인데.(윤 감독은 캐나다월드컵 후 축구협회와 계약이 끝남. 재계약이 확실하지만 아직 정식 사인하지 않았음) 백수에서 탈출하면 많이 내야겠지?"

-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것 같아요. 비결이 뭔가요.(전가을)

"기회가 있으면 많이 걸으려고 하지. 지도자는 선수들 앞에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한 것 같아. 나도 집에서는 딸 앞에서 편하게 행동하지만 너희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옷차림 같은 것도 신경쓰게 되더라. 단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도자가 배가 많이 나오고 그러면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기 쉽지 않지 않을 것 같네."

- 남자와 여자 선수를 지도해보니 누가 더 재미있나요.(김도연)

"여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초롱초롱한 너희의 눈빛을 보면 힘이 솟는다."

선수 시절의 윤덕여 감독.

- 선수(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을 경험하셨는데 차이가 있나요.(지소연)

"지도자가 훨씬 더 영광스러워. 이번 월드컵 때 조금 아쉬웠던 건 너희들이 큰 무대 경험이 별로 없어 조그마한 실수도 하고 100% 실력 발휘를 못했다는 거야. 작년에 브라질월드컵을 마치고 이영표 해설위원이 '월드컵은 경험이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고 말했잖아? 난 그건 8회 연속 월드컵에 나간 남자축구만 해당한다고 봐. 여자축구는 12년 만에 나갔으니 월드컵에서 아직은 경험을 좀 더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도 앞으로는 매번 세계 무대에 나가 기량을 펼치자. 8회 연속 월드컵에 나가고 나서 증명하도록 하자.(웃음)"

-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선수들이 더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김정미, 지소연)

"월드컵에서 가기 전 다같이 했던 말 기억나지?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여서 팬들이 운동장에 다가올 수 있게 하자'고 했잖아. 대표급 선수들이 잘해야 언론과 팬의 관심이 늘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팬이 생기지 않을까. 그걸 너희가 해야한다는 책임 의식을 꾸준히 가져주렴."

윤태석·김희선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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