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던져라" 이상훈 코치의 심오한 답

박현철 기자 입력 2015. 7. 2. 06:01 수정 2015. 7.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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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천, 박현철 기자] "경기를 통해 젊은 선수가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기본적인 연습량을 갖춰야 경기를 뛸 수 있고 제대로 된 연습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잘 갖춰야 한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남자. 길들여지지 않은 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품 좌완. 이제는 지도자로서 퓨처스팀 투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며 단순히 팔을 휘두르는 투수가 아닌, 올바른 몸과 마음으로 제대로 된 자신의 공을 던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야생마' 이상훈 두산 베어스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강렬한 눈빛으로 젊은 투수들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1993년 LG에 입단한 이래 이 코치는 국내 무대 통산 8시즌 308경기 71승40패98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56(1995년 20승 다승왕-투수 골든글러브)의 성적을 기록했고 일본 주니치(2시즌)-미국 보스턴에서도 활약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그의 강렬한 경기력과 인상은 야구팬. 특히 LG팬들에게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다. 2004시즌 SK에서 갑작스러운 은퇴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 코치는 2012년 말부터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투수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은 두산 퓨처스팀 투수코치로 재직 중이다.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내가 재직 중인 두산의 젊은 투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며 운을 뗀 이 코치. 강한 인상과 직설적인 화법을 지닌 이 코치지만 그의 이야기를 유심히 새겨들으면 굉장히 섬세하고 자상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코치의 지도 방침. 공을 던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나 사실 그 속내는 단순하지 않다.

"젊은 투수들에게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경험을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것은 분명 실전이다. 그러나 실전 경기는 충분한 연습이 기반해야 치를 수 있다. 그리고 그 연습은 제대로 된 몸과 마음을 갖췄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시간을 대가로 치르는 부단한 반복 훈련이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연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선수 심리 파악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내가 선수를 향해 마음을 열고 선수의 마음이 열렸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연습에 이어 실전, 경험 습득이 이뤄진다고 본다. 선수 개개인의 성향이 다른 만큼 그 성향을 파악해 그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전달하고 주문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사실 투수는 예민한 직업이다. 90개의 공을 잘 던져도 10개를 못 던지면 그 투수가 대량실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잘 던지던 투수가 동료의 실책 하나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팬들의 맹비난에 상처를 받고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못 던지다 은퇴를 하거나 오랫동안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코칭스태프가 단순히 기술 부분만을 조언하기보다 마운드를 내려온 뒤 정신적인 부분을 신경쓰는 경우도 왕왕 볼 수 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보듬어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무턱대고 붙잡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로서 책임을 전제로 제대로 된 공을 던지려면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1군에 있다가 퓨처스팀으로 합류하는 경우도 많다. 그 때 '내가 누군데 왜 여기에 있나'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스스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주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선수가 제대로 된 연습을 하고 제대로 실전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낙담했던 선수가 제 평정심을 찾고 훈련에 임할 각오를 갖췄을 때. 그 때부터는 팀 구성원으로서 팀 방침에 따라서 움직이며 연습과 실전에 임해야 한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 대한 칭찬,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에 대한 추천을 부탁하자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가 없다"라며 운을 뗀 뒤 "던질 수 있는 투수가 굉장히 많다. 다른 팀에 비해 부상으로 인한 장기 이탈자의 수는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더 많은 퓨처스팀이지만 소수의 선수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기보다 앞으로 더 펼쳐질 무언의 경쟁에 촉매제를 더한 셈이다.

"다른 팀에 비해 아파서 던질 수 없는 장기 이탈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내부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투수들을 보면 던지고 싶어서 안달 난 투수가 많다. 그러나 연습만 한다고. 연습만 열심히 한다고 투수가 아니다.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실전에서 부딪혀보고 본인 스스로 장단점을 자각해야 한다. 단순한 투구 뿐만 아니라 주자 견제, 수비, 경기 운영. 그리고 연속 경기를 치르며 필요한 몸 관리 등을 직접 느껴야 한다. 내가 겪은 경험을 전해주는 것은 그저 평소에 하는 편이다. 내 선수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열심히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정말 죽을 둥 살 둥 야구에 임했다."

제대로 된 심신 완비 후 확실한 실전 경험을 통해 투수들이 크길 바라는 이 코치. 이 코치에게 '투수 유망주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러자 이 코치는 "공을 던져라"라는 이야기를 던졌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 코치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바랐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어제, 그리고 현재를 사는 사람을 그리워 하고 부러워 하듯. 아무리 공을 던지고 싶어도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의욕은 넘치는 데 아파서 못 던지는 선수가 가장 안타깝다. 부상은 언젠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몸을 갖춘다면 그 부상 기간을 짧게 끝낼 수 있다. 제대로 된 관리 속 좋은 마음, 좋은 몸을 갖추고 공을 던져라. 나는 투수들에게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사진] 이상훈 두산 퓨처스팀 투수코치 ⓒ 이천,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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