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에도 '주의' 단계 고수한 당국..이유 있었다

이원광|이재원 기자|기자 2015. 7.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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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매뉴얼로 메르스 대처.."두 질병의 성격이 다른데도 똑같은 매뉴얼"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이재원 기자] [사스 매뉴얼로 메르스 대처…"두 질병의 성격이 다른데도 똑같은 매뉴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스(SARS)를 기준으로 만들어놓은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는 병의 특성상 지역사회 감염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스 방역에 있어 중요한 기준인 지역사회 감염 여부를 기준으로 위기단계를 설정해 발병 초기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병원내 감염을 통한 메르스 확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 수준에 머물렀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메르스 대응지침 3-3판에는 "해외 중동호흡기 증후군 국내 유입 후 타 지역 전파" 시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도록 돼있다.

위기 경보단계가 경계로 격상될 경우 중앙방역대책본부 운영이 강화돼 범정부적 협조체계 구축하고 전국 방역요원이 24시간 비상 방역체제에 들어가는 등 대응 수위가 높아지도록 돼 있다.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수준으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국회에서 "매뉴얼과 원칙대로 했다"며 "지역사회로 번지기보다 병원을 통한 의료기관 내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매뉴얼은 메르스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장은 "사스는 지역사회 감염이 주로 이뤄지는 질병이고 메르스는 주로 병원 내 감염을 전파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매뉴얼은 사스 매뉴얼에 비해 거의 바뀐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감염병 매뉴얼상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내 감염을 방치하고 초기에 추적 관리하지 못한 것이 확산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메르스 매뉴얼의 위기 경보 단계는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던 사스 때 제작된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 일명 '사스 매뉴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참여정부 시절 사회정책수석을 역임했던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은 사실상 '사스 매뉴얼'이라고 보면 된다"며 "당시 처음 겪는 재난상황에서 이를 반면교사 삼아 매뉴얼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매뉴얼 1판을 제작한 지난해 7월에 이미 메르스가 병원 내 감염으로 확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으나 매뉴얼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가 병원내 감염을 통해 확산된다는 사실은 2012년 메르스 발견 당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연구해 발표한 사항"이라며 "메르스와 사스를 비슷한 성격의 질병으로 파악해 이같은 사항을 매뉴얼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이미 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3일에야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지침' 3-2판을 내놓으면서 "지역사회에서의 전파에 대한 근거는 없다"는 문구와 "가족간 전파와 의료기관에서의 제한적 전파로 인한 유행이 보고됨"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정부가 메르스의 병원내 감염으로 인한 전국적 확산과 대응 지침을 매뉴얼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다"라고 명시해 부실한 대처로 타 지역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을 차단하고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매뉴얼은 새로운 내용이 생기면 시시각각 반영해 개정해야 하나 현 정부는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 내 혹은 병원 간 감염에 대한 언급 없이 사스 매뉴얼을 근거로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옛 매뉴얼에 집착하는 사이 실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이재원 기자 jayg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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