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퍼붓고도..창업기업 '데스밸리'서 허우적
◆ 레이더 P 사라진 혈세 길 잃은 예산 / 2부. 제도화 된 낭비 ③ 실적급급 창업지원 ◆
하지만 이 회사는 '데스밸리'에 빠져 있다. 데스밸리는 투자도 매출도 부족해 자금난을 겪는 창업 후 3~6년 기간을 의미한다. A사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고 사업비도 지원받아 자금력이 좋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지원이 끊겨 보험료와 전기료, 수도료 등을 내기도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A사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매출액이 3500만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000만원이나 된다.
많은 창업기업이 문을 연 뒤 얼마 못 가서 쓰러지는 '깔딱 고개'에 빠진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는 비효율적인 정부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창업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은 총 18개 사업에 1조5222억원. 2013년 1조3968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성과도 있다. 2014년 창업기업은 8만4697개로 2005년 이후 최대다. 2013년보다 12.1% 늘었다. 그만큼 창업 자체로는 성공했다.
그러나 성과는 딱 여기까지다. 생존율이 낮다. 창업 3년을 넘어선 뒤에도 생존한 확률은 41%(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7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17개국 중 50%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는 5개(한국 스페인 포르투갈 뉴질랜드 헝가리)에 불과했다. 1위 룩셈부르크 창업 생존율은 66.8%에 달했다.
5년 후 생존율은 25%로 더욱 낮다. 즉 5년이 지나면 4곳 중 3곳이 문을 닫는다.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영세 식당 등 생계형 창업을 제외하고 전문·과학기술 분야와 제조업 창업만 따져도 5년 생존율이 각각 33.5%, 39.6%(2012년 기준)에 그친다.
창업 기업인들은 창업 초기엔 집중적으로 지원받지만 만 3년이 넘으면 지원이 사실상 끊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사 대표는 "1~2년차 기업을 지원하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B사 관계자는 "정부는 단기 실적을 중요시해 예비창업에는 관심이 많고 중복 지원도 하지만 3년차가 넘어서는 기업에는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은 1~2년차에 집중된 모습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상 18개 사업 중 데스밸리 구간 기업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없었다. 지원 대상 연차가 만 1~6년 혹은 1~4년이어서 3년차 이후 기업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은 4개뿐이다. 물론 정부가 만 3년차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 만 1~2년차 기업을 선발해 6년차까지 지원하는 '민관 공동 창업자 발굴·육성' 사업이 있다. 그러나 3년차 이후 기업은 신청 자격이 없다.
또 중소기업청은 올해 '창업 도약 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3~6년차 창업기업 약 100곳에 최대 5000만원씩 50억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부채비율 1000%라는 문턱이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창업 3년을 넘어가면 부채비율 1000%인 곳은 IT 업종에서는 부지기수"라며 "특히 2009년 법이 바뀌면서 법인 설립 최소 자본금이 5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아져 자연히 부채비율이 높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창업 3~6년차 기업을 지원하는 이 사업 예산 50억원은 지난해 예비창업자와 창업 1년 미만 기업을 지원하는 데 배정한 1220억원(7개 사업) 대비 4.1%에 불과하다.
창업 3년 이후에는 일반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신청하면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다.
B사 관계자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업력이 오래돼 재무제표 등에서 소위 '스펙'이 좋은 곳이 많이 지원한다. 막상 기술력이나 잠재력이 있어도 자금력이 달리는 3년차 이상 기업엔 기회가 적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 이상훈 차장 / 이상덕 기자 / 박윤수 기자 / 김종훈 기자 / 전경련 = 홍성일 재정금융팀장 / 한성우 조사역 / 박예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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