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르포> 디폴트 첫날..백발의 연금생활자들 분통

2015. 7. 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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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앞서 "알파벳순 지급이 말이 되냐" 항의로 아수라장 ATM에 다시 긴 줄 등장.."60유로라도 있을 때 찾자"

은행 앞서 "알파벳순 지급이 말이 되냐" 항의로 아수라장

ATM에 다시 긴 줄 등장…"60유로라도 있을 때 찾자"

(아테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은 1일(현지시간) 그리스인은 분노를 터뜨렸다.

이른 아침부터 은행 앞에 연금을 받으려고 수십명이 몰려든 백발의 군중은 잔뜩 격앙됐고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미 자본통제 조치로 은행 업무는 중단됐고 현금카드와 신용카드가 없는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만 이날부터 4대 시중은행의 지점에서 60유로(약 7만5천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혼란이 예상되자 지급대상을 이름의 알파벳순으로 3개 그룹으로 분류해 사흘 동안 나눠서 주겠다고 전날 밤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은행 문이 열기 전에 모여든 노인들은 출근하는 은행직원을 붙잡고 알파벳순으로 준다는 게 말이되느냐며 따졌다.

내셔널뱅크 시내 지점 앞에서 수시간 기다린 끝에 연금을 받고 나온 한 노인은 50유로와 10유로 지폐 2장을 방송사 카메라들 앞에 흔들어 보이며 정부를 비난했다.

연금수급자인 알렉산드로스 씨는 "지난달 연금이 절반만 계좌에 들어왔는데 그것도 60유로만 주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들은 한꺼번에 몰려든 노인들이 뙤약볕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자 500㎖짜리 생수병을 박스째 갖다 놨다. 한 노인이 생수병 여섯개를 들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4대 은행 가운데 피레우스은행은 알파벳순 대신 선착순으로 지급하기로 하자 노인들은 번호표를 먼저 받으려고 앞다퉈 손을 뻗었다.

회사원 쿠르파스 씨는 은행 지점마다 노인들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보고선 "정말 정말 화가 난다"며 "지금까지 데모를 해본 적이 없지만 금요일엔 신타그마로 가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선 전날에 이어 오는 3일에도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찬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는 또 "나는 이제 50이 되서 괜찮다고 해도 드라크마(그리스의 유로존 가입 전 화폐)로 돌아가면 내 두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디폴트를 막지 못한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부터 현금자동출금기(ATM) 앞에 다시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회사원은 "어차피 하루에 60유로만 찾을 수 있지만 ATM에 돈이 언제 떨어질 줄 몰라 출근길에 들렀다"며 ATM에서 인출 한도인 60유로를 찾았다.

다만 은행 지점과 ATM 말고는 겉으로 보기에는 디폴트 전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이어졌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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