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인터뷰①]'첫 WC 16강' 전가을, "4년 뒤 4강까지 갈 수 있다"

2015. 7. 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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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균재 기자] 한국 여자 축구의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전가을(27, 현대제철)이 월드컵 역사상 첫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채 금의환향했다. 뛰어난 기량 만큼이나 남다른 마인드를 가진 그와의 수다는 4년 뒤를 기대케 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2003년 미국 월드컵에 이어 12년 만에 두 번째로 참가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서 16강의 역사를 썼다. 브라질,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1, 2차전서 1무 1패에 그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윤덕여호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극적인 2-1 역전 드라마를 상영하며 기어코 16강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전가을은 윤덕여호의 좌측면을 책임지며 16강행에 일조한 핵심 요원이다. 그는 코스타리카와 1-1로 팽팽하던 전반 25분 강유미의 칼날 크로스를 헤딩 역전골로 마무리하며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했다. 16강 진출을 위해 1골이 필요했던 스페인전서는 1-1로 맞서던 후반 28분 김수연의 역전 결승골을 도우며 16강행에 디딤돌을 놓았다.

현대제철 숙소에서 만난 '월드컵 스타' 전가을은 "전지훈련지인 미국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실감이 안났다. 주위에서 엄청 떨릴 거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떨려봤자 얼마나 떨리겠어'라는 생각을 했다"며 "브라질과 첫 경기에 앞서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원래 잘 떨지 않고 즐기려는 마인드가 강한데 관중도 많았고 돔경기장이라 그런지 함성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동료들 손이 떨리는 것도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전가을은 올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왼쪽 무릎 인대 염증 때문에 WK리그에 나서지 못한 채 4개월간 재활에만 매달렸다. 그는 "월드컵에서 넣은 게 올해 첫 골이었다. 명단 발표와 출정식 때까지만 하더라도 통증이 있었는데 미국 전지훈련이 돼서야 사라졌다. 실전감각은 아예 없었다. 힘들어도 쉴 수 없었다"고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브라질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컨디션이 100%로 올라오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문전에서 지소연이 만들어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 팬들의 비난도 받았다. 전가을은 "브라질절은 많이 아쉬웠다. 의도치 않게 몸이 굳어 많이 뛰려고 했는데 너무 급했다. 어렸을 적 언니들과 뛴 기분이었다. 경험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브라질전에 골찬스가 올 것이라곤 생각도 안했지만 내가 못 한 거다. 더 높은 수준의 선수였다면 넣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골로 연결해야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속상했지만 '아직 멀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타리카전은 전가을의 진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강유미의 크로스를 기가 막힌 헤딩골로 연결했다. 문전에서의 움직임과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다음엔 실수를 안한다고 말했는데 왠지 모르게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이 있었다. 막상 경기를 뛰어보니 별 게 아니었다. 1차전엔 많이 떨렸는데 이후부터는 관중들의 함성도 그냥 즐겼다. 브라질전이 끝난 뒤 에너지가 확 올라왔다"는 전가을은 "찬스가 한 번이라도 오면 무조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헤딩 골은 점프할 때 계산한 게 아니다. 전날 훈련 때 유미가 올려준 걸 비슷하게 넣어서 느낌이 좋았다. '유미야 이번엔 길게 올리지 말고 짧게 올려줘. 잘라 들어갈게'라고 약속을 했는데 비슷하게 골이 들어가 소름이 돋았다. 유미가 정말 좋은 크로스를 올려줬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스페인전은 기적의 무대였다. "코스타리카전 무승부는 진 기분이었다.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그래도 '다시 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다. 어차피 우리는 스페인과의 싸움이었다. 희망도 있었기 때문에 불씨가 됐다. 경기 막판 프리킥을 내줬을 때도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그날은 어떤 팀하고 해도 우리가 이길 것 같았다. 그만큼 간절했다. (김)수연이 결승골도 솔직히 운이 좋은 골이었다. 행운의 여신이 손으로 쳐준 것 같다(웃음). 난 (조)소현이가 동점골을 넣었을 때부터 울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눈시울이 붉었다. 모두 눈물을 참고 뛰었다."

전가을은 태극마크의 무게감도 얘기했다.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짊어지는 건 중독이 되는 것 같다.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이뤘을 땐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그래서 욕심이 많이 생겼다. '프랑스 선수들도 그래봤자 여자인데'라는 생각으로 16강전을 뛰었다.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선수들은 개인 능력이 정말 좋았다. 그런 이들이 11명 모이니 진짜 무서웠다. 조직력보다 개인 11명이 무서웠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경기 도중 탄성이 나왔다. 피부로 느껴보니 정말 잘하더라. 한국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려면 개인 기량의 발전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전가을은 이제 4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다음 월드컵에도 출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타팀 주축 선수들이 30대가 많은 걸 보니 '나도 다시 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이제 월드컵 경험도 있다. 4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걸 준비한다면 8강, 4강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조추첨의 운도 좀 따라야 하지 않겠나(웃음)."

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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