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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인터뷰 할 수 있을까요?

조회수 2015. 7. 1. 13: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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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KBO리그 중계 전 '베이스볼 Now'라는 프리뷰 프로그램을 위해 키플레이어로 꼽힌 A선수의 인터뷰를 구단에 요청했다.

잠시 뒤 구단 홍보팀 직원이 미안하다며, 선수가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유가 다소 황당했다. 본인의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 A선수의 경우 당시 성적이 괜찮았고, 이번 시즌에 그 때보다 딱히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몇 년 전, 이 선수는 끝내기 안타를 쳤을 때도 라이브 인터뷰를 거부한 적도 있었다. 이유는 당시에도 비슷했다. 최근 성적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란다.

사실 이번 시즌에는 '베이스볼 Now'라는 경기 전 프리뷰 프로그램이 신설되면서 특히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려 하고 있다. 각오나 근황을 선수 본인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게, 캐스터나 해설위원을 통해 전달되는 것 보다 당연히 시청자들에게 흥미가 있을 것이라는 제작진의 판단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구단 홍보팀을 본의 아니게(?) 많이 괴롭히고 있는데, 대부분의 구단 프런트가 해당 중계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을 적극 협조하지만, 가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매일 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시즌에 이기고 지는 거야 늘 있는 일인데도, 진 다음날은 안 되고 이긴 다음날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선수도 있다.

팀이 연패 중이거나 선수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럴 경우 미디어 역시 절대 무리해서 인터뷰를 추진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선 경우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핑계로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프로의 모습은 아니다.

물론 성실하게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는 팀과 선수들이 훨씬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삼성라이온즈의 이승엽이다. 특히 400호 홈런을 전후에 각종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었겠지만 항상 싫은 내색 없이 성실하게 항상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승엽 선수는 약속한 인터뷰 시간에 절대 늦은 경우가 없다.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도 마찬가지다. 항상 매체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불평 없이 매번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한다.

[사진 by 알렉스 김]

사실 스포츠종목마다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는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관례처럼 문제없이 진행되곤 하는데, 경기 전 인터뷰는 종목별로 차이가 좀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프로농구의 경우 경기 전 인터뷰가 대단히 자유롭다. 홍보팀을 통해 사전에 언질을 주면 몸을 푸는 시간에 감독, 선수 모두 쉽게 인터뷰가 가능하다. 특히 2쿼터 종료 직후 감독의 인터뷰까지 가능할 정도로 라이브 인터뷰가 수월하다. V리그는 경기 전 감독 인터뷰가 역시 관례처럼 진행되지만 선수 인터뷰는 경기 전에 거의 하지 않는다.

축구는 A매치나 K리그 모두 '믹스드존(Mixed Zone/공동취재구역')이 있어 경기 후 미디어 접근이 특히 용이하다. 경기가 끝나면 방송사 및 기자단이 요청하는 수훈 선수 및 감독 인터뷰 외에 모든 선수들이 미디어가 대기하고 있는 '믹스드존'을 지나게 돼있다.

KBO리그에서는 중계방송사가 선수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구단의 홍보팀을 거쳐야 한다. 방송사에서 요청을 하면 홍보팀에서 선수의 의향을 묻고 연결해주는 방식인데, 가운데에서 조율해야 하는 홍보팀의 고충도 아마 상당할 것이다. 특히 경기 전 인터뷰는 아직 많이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아, 선수들이 다소 꺼려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오히려 미디어 접근이 훨씬 쉽다. 특히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에 대해서는 항상 우선권이 있다.대개 라커룸을 시간을 정해놓고 미디어에 개방하는데, 이때 선수와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하다. 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같은 탑 클래스의 선수도 라커룸 개방시간에 선수만 좋다고 하면 언제든 인터뷰가 가능하다. 지난 월드시리즈에서는 당일 선발투수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디슨 범가너가 경기전 라커룸에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미디어와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의 장점을 차근차근 흡수하고 있는 KBO리그에서도 라커룸 개방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 과거에는 낙후된 라커룸의 시설 때문에 어려웠지만 현재 리모델링 혹은 신축한 새 경기장들은 훌륭한 라커룸을 갖추고 있다. 일일이 홍보팀을 통해 조율하는 것 보다 라커룸을 미디어에 개방하고, 그 룰을 미디어가 따르는 게 훨씬 유연하고 편리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잠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간의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가 교체된 지 45초 만에 퇴장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시즌 종료와 함께 리버풀을 떠나기로 했던 제라드였고, 그가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맨유와의 더비매치였기에 팬들의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패배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경기 종료 직후, 놀랍게도 제라드는 중계방송사 스카이스포츠와의 라이브 인터뷰에 응했다. 참담한 심정이었겠지만 인터뷰를 통해 직접 팬들에게, 또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했다. 제라드가, 또 EPL이라는 콘텐츠가 대단한 이유다.

[sky sports 중계화면 캡쳐]

꼭 인플레이 상황만이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선수의 모든 행위 하나 하나가 그 선수의 가치를 결정한다. 인터뷰 역시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행위의 일부다. 단순히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소통, 자세 등도 당연히 프로로서의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선수와 프로스포츠의 가치를 더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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