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靑·친박의 '십자포화'에도 끄떡없는 까닭은

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입력 2015. 7. 1. 12:02 수정 2015. 7.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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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월 추경 국회를 방패막이로 삼으며 장기전 태세에 돌입했다.

유승민 원대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음에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달 30일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유 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6월 국회에서는 추경을 처리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며 "7월 국회를 원포인트로 여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부대표들에게 민생관련 법을 잘 챙겨달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15조원가량의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고민해보겠다"는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원내대표직을 계속 수행할 것임을 내보인 것이다.

유 대표의 한 측근은 "대통령과 친박이 퇴진하란다고 자진 사퇴할 유승민 대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의총에서 사퇴를 결정하면 물러날 것"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통령과 친박이 사퇴하라고 해 사퇴할 유승민 대표가 아닌 것으로 알며 향후 입장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원내부대표들도 사퇴할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유승민 대표는 대통령의 강공 드라이브와 공세에도 버티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일차적으로 새누리당의 역학구조상 비박계가 월등히 많다는 이유다.

친박계 최고위원 4명이 최고위원직을 던져 김무성 대표 체제가 와해되더라도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등이 내키는 대로 최고위원직을 물러날 수도 없는 현 새누리당 구조를 훤히 꿰고 있다.

특히 정치 철학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좌하는 길이 때론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유 대표의 소신이라는 것이다.

유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여야 합의를 통한 상생의 정치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과제 추진을 돕는 일"이라며 "유 대표는 박 대통령의 업적 쌓기에 누(累)가 되기는커녕 도움을 주고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유승민 방식의 충성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친박으로부터 욕을 먹더라도 지역과 이념, 계층, 세대 간 장벽을 뛰어넘는 합리적·개혁적 보수를 지향해야만 정권재창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유승민 대표 측은 뭘 잘못했느냐는 논리를 내세우며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장벽을 넘어 청와대가 올 국정목표로 내세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지 않느냐고 말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뤄진 최대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금은 야당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내년 총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야당에게 가장 부담스런 존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이 '유승민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당의 인적 스펙트럼 다양화와 중간지대 포섭 전략과 무관치 않다.

만약 유승민 대표가 청와대·친박계의 찍어내기를 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버터내면 고향(대구)에서의 생채기가 나더라도 '정치적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평론가는 "유승민 대표가 꽃놀이패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시간(7월 추경이 통과될 때까지)은 청와대와 친박계 편이 아니라 유승민 대표 쪽으로 기운듯한 모양새다.

유승민 대표는 보수·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무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도 유승민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29일자 CBS노컷뉴스의 여론조사는 유승민 대표의 결단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의원은 "유 대표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에서의 60% 가까운 지지여론을 보고 큰 힘을 얻었다"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한 배신의 정치 발언이 승부수가 아니라 오히려 여권의 계파 간 갈등과 내홍을 심화시킨 '악수'가 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유 대표가 당장 물러나지 않은데다가 빨라야 오는 6일, 이달 말, 더 나아가 장기전으로 갈 수 있는 국면이다.

친박계는 의원총회 배수진을 치며 버틴 유승민 대표를 쫓아낼 묘안을 현재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에 의총을 열어 사퇴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의총을 열면 수적 열세 때문에 '필패'라는 결론을 내리고 의총을 소집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은 4~50명선, 아무리 넉넉하게 잡더라도 60명 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친박계는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국회법 제의안 본회의 상정일인 6일을 D-데이로 잡고 명예퇴진론을 거론하고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는 그때까지 기다리자며 스스로 결단하지 않으면 재공격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비박계를 튼튼한 지원군으로 둔 유승민 대표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당과 권력기관을 동원해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친박 동원은 한계를 드러냈고 검찰권 활용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 힘만으로는 의총이라는 유승민의 배수진을 무너뜨릴 수 없다. 동력이 떨어졌다.

유 대표는 비리가 없는 깨끗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흠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암암리에 유승민 대표 뒤를 캐지 않았겠느냐"면서 "사정기관들이 총동원 돼 유승민을 뒤져봐도 머리털 하나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자칫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질질 끌려다닐 개연성도 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김무성 대표도 유승민 대표의 장기전 태세를 돌파한다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한번 방침을 굳히면 물러나는 법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요함이 어떤 묘책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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