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음식물 찾아 쓰레기통 뒤지는 그리스인들

2015. 7.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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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소포클레우스가(街)에 위치한 'R21'호 쓰레기통은 아테네 시민 니코스 폴로노스(55)의 '출근' 장소다.

그리스의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일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여느 때처럼 R21을 뒤지던 폴로노스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자에게 "고철을 찾으면 팔고 상태 좋은 음식을 찾으면 먹는다"고 말했다.

근처 상점과 식료품점에서 버리는 쓰레기들이 잔뜩 쌓이는 데다, 교회의 무료급식소 근처에 위치한 R21은 폴로노스 말고도 여러 넝마주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작업장소'다.

그리스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동안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빈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쓰레기 더미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대부분이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확한 수는 집계조차 어렵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무료급식소의 자원봉사자이면서, 그 역시 2006년 다니던 보험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파노스 카라만리키스는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 2011년 이후에만 2∼3배 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이 모두 노숙자나 부랑자인 것은 아니다.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그리스의 건설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실직한 폴로노스는 중고 옷이나마 최대한 깨끗이 차려입고 하루에 8시간 동안 시내 쓰레기통을 뒤진다.

그는 "내가 이 지경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스 상황이 이러니 내 건설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며 "많은 친구들이 나처럼 살고 있고, 심지어 마약에 빠져 더 형편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폴로노스는 1㎏에 50센트인 구리선과 70개에 1.5유로인 알루미늄 캔 등을 주워팔아 하루에 5∼10유로(약 6천200∼1만2천500원)를 번다.

독지가들이 일부러 버려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카라만리키스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통 가정의 보통 사람들"이라며 "거리로 나가 담배꽁초나 재활용할 깡통 등을 닥치는대로 줍는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 반(反)긴축 운동가인 스티븐 그레이엄은 "아테네 교외에서는 '부유한' 넝마주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좋은 옷이나 스마트폰 등 예전 생활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무도 모르는 다른 동네에 가서 쓰레기를 뒤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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