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계의 용병? 스페인 출신 사직 맥주판매원 루이스

이웅희 2015. 7. 1. 0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스
스페인 출신 루이스 수아레스가 지난 10일 롯데와 kt의 경기를 앞두고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직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프로야구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은 독특한 응원문화의 메카다. 신문지를 찢어서 응원을 하고,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롯데의 승리를 염원한다. 특별한 응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코스로도 각광받고 있어 외국인들도 부산에 오면 사직구장을 찾는다.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외국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직구장에 가면 독특한 외국인을 볼 수 있다. 커다란 맥주통을 등에 메고 맥주를 파는 아르바이트생 루이스 수아레스(27)다. 한국이 좋아 무작정 조국 스페인을 떠나 이 곳, 부산에 정착했다. 외국어 강사 등 편한 일도 많지만, 그가 처음으로 택한 일이 사직구장 맥주 이동 판매 아르바이트다. 20㎏ 넘는 무거운 맥주통을 메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아 힘들 법도 하지만,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 사이를 누비다 보면 어느 새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루이스는 스페인 출신으로 올해 한국으로 왔다. 스페인에서 먼 한국까지 온 이유는 뭘까. 루이스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유럽에선 중국과 일본은 알려져있다. 하지만 한국은 잘 알려져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 유명하다. 하지만 K-POP, 드라마 등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면서 “2년 전 3개월 동안 한국에서 서울 대구 전주 부산 등을 여행했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좋았다”고 밝혔다. 한국, 그 것도 부산에 정착한 이유도 궁금했다. 루이스는 “부산은 고향인 바르셀로나와 날씨와 사람들 성향이 좀 비슷한 것 같아 익숙하고 편했다”고 전했다.
이역만리 타지에서 많은 일들 중 하필 경기장에서 맥주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루이스는 “야구장에서 먼저 일하던 친한 러시아 친구의 소개로 함께 일하게 됐다. 지금 러시아 친구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난 계속 하고 있다. 그 친구가 가기 전까진 일을 마친 뒤 야구도 보며 즐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넓은 야구장을 그냥 돌아다닌 것도 힘든데 맥주통을 어깨에 메고 2시간 넘게 돌아다녀야 하지만 루이스는 “운동을 원래 많이 하는 편이어서 힘들진 않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손님들에게 설명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게 즐겁다”며 웃었다. 사직구장내 판매업체를 담당하는 구단 관계자는 “루이스는 너무 성실하고, 직업정신도 투철하다. 보면 힘들다고 하루, 이틀씩 빠지기도 하지만, 루이스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와서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국내 야구장에서 외국인이 돌아다니며 맥주를 파는 곳은 오직 사직구장뿐이다. 루이스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만, 사직구장 관중들도 그렇다. 루이스는 “손님 중에는 신기한지 같이 사진을 찍자는 분도 있다.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올리는 분들도 있는데 나도 우연히 본 적 있다. 따로 팁을 챙겨주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다. 루이스도 야구에 문외한이었고, 한국에 와서야 야구에 대해 눈을 떴다. 루이스는 “스페인에선 축구밖에 몰랐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야구에 대해 알았고, 이 곳에서 일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재미있지만 아직도 어렵다”면서 “롯데는 큰 야구팀이다. 부산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팬들도 많더라. 부산은 야구의 도시란 얘기도 많이 들었다. 치어리더가 있는 것도 신기하고, 관중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소리도 치고, 스페인보다 더 (스포츠를)즐기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어쩌면 그래서 힘든 야구장 아르바이트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이 좋았고, 한국을 사랑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온 루이스의 앞으로 계획도 한국에서 계속 사는 것이다. 활짝 웃는 미소가 매력적인 그는 한국 여자친구도 만나고 싶다. 영원히 부산에 눌러 살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루이스는 “살수 있는 한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 스페인어나 영어 선생님을 하고도 싶고, 문화적 교류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확한 한국어로 계속 되풀이한 “좋다”는 말에 루이스의 진심이 담겨 전달됐다.
부산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gongsai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