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현과 수다①] '축구선수' 조소현 이야기

김희선 2015. 7.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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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여자 축구대표팀의 '캡틴' 조소현(27·현대제철)은 별명이 많다. '조투소', '여자 기성용', '여자 김남일' 등 플레이스타일에서 따라붙은 별명에 탈색한 긴 머리 때문에 생긴 '엘사'라는 별명까지. 30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소현은 "앞으로 별명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며 웃었다.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스페인과 경기서 극적 동점골을 뽑아내며 한국 여자축구의 사상 첫 16강 드라마 발판을 마련한 조소현과 월드컵과 축구, 그리고 달콤한 연애 이야기까지 알찬 수다를 나눠 보았다.

-월드컵은 어땠나요?

"제게 캐나다는 정말 많이 힘든 기억이에요. 매 경기 100%가 아니라 120%를 쏟아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걸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월드컵 끝나고 WK리그에 많은 팬분들이 와주셔서 책임감을 실감했어요. 우리가 잘하면 많이 알려지게 되고, 그러면 더 많이 찾아와주시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죠."

-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기분 좋았던 건 스페인전이 가장 좋았어요. 가장 아쉬웠던건 프랑스전. 개인적으로 제 목표는 8강이었어요. 우리 애들이 뭉치면 8강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쉬웠죠. 8강 가면 상대가 독일이지만 아시아권은 많이 붙어봤고 미국도 많이 경기해봤으니까. 위로 더 올라갔으면 했던게, 선보일 대회가 없으니까요. 그 정도까지 올라가면 우리 팀도 많이 알리게 되고, 애들을 위해서라도 경험상 강팀이랑 붙어보는 게 좋죠. 선수들도 자신감을 갖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다시 붙으면 조별리그 3경기는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라질전도 우리가 마르타에게 너무 시선을 빼앗겼던 것 같아요. 코스타리카전도 우리가 주도했고. 좀 더 도전적으로 부딪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해외 진출 얘기가 나오잖아요.

"가면 좋죠. 독일이나 프랑스, 스웨덴에서 뛰고 싶어요. 프랑스는 1~3등 경쟁이 치열하고, 스웨덴도 리그 경쟁이 치열하대요. 이번 월드컵에서 내가 어떤 수준인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진 걸 잘 보여주면 해볼 만하겠던데요. 근데 뭐 갈 수 있으려나."

-'여자 기성용', '여자 김남일' 등 별명도 많아요.

"아, 원래 기성용 소리 많이 들었는데 (김은숙)코치님이 얘기해서 김남일 소리가 나왔어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김남일 소리는 별로 안 좋아해요. 왜냐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힘이 조금 더 세고, 수비할 때 악착같이 하다보니까 그런 비유를 하신 것 같은데 다른 장점도 많거든요. 여자 김남일로 불리면 그런 점만 부각되니까. 공 찰 때만 거칠고 무섭지 사실은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걸요. 그라운드 들어갈 때만 여자라는 신분을 떼고 집중하는 거죠."

-멘탈도 무척 강해보이는데, 어때요?

"일단 주장이잖아요. 당연히 저도 힘들어요. 지고 비기면 저도 속상하죠. 하지만 다음 경기가 있고 준비해야하니까, 다른 선수들을 끌어가려면 멘탈이 좋아야하죠. 저는 기사 댓글도 안 봐요. 보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도 안되는 걸로 욕하는 사람도 있고 맞는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관심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상처받는 선수들도 있어요."

-여자축구 선수로 사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에요. 맨 처음에는 제가 좋아서 했죠. 한 번 해보고 싶어서. 한 살 터울 남동생이 있는데 얘가 대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거든요. 동생이 한다고 하니까 '나도 시켜줘' 했어요. 동생이랑 친구처럼 친해서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 받아요. 동생도 영국에 유학가서 9부리그인가 11부리그인가... 주장 완장까지 차고 축구한 적도 있고요. 동생과 함께 시작한 게 계기였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요?

"스포츠마케팅 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영어 공부 시작한 지 6년 가까이 됐는데 은퇴하고 스포츠마케팅이나 경영 쪽 대학원으로 유학가려고 해요. 선수 쪽에서 관련 분야로 진출해야 여자축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일단은 남자친구가 축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라고 해서, 40살까지 뛰라고 하던데요(웃음). 해보고 싶은 건 몇 가지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축구선수로 뛰는 거, 그리고 애낳고 돌아와서 엄마 선수로 뛰는 거요."

-지도자가 될 계획은 없어요?

"주변에서 선생님들도 다들 저보고 지도자하면 잘 할 거라고 하시는데... 너무 몰두하게 될까봐요. 계속 그 길만 걷게 되는 거잖아요. 마케팅은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테니까요. 그리고 저 지도자 되면 안익수(50) 선생님보다 더 심할 것 같아요(웃음). 일부러 지도자 자격증도 안 따고 있어요. 운동할 때는 무섭게 하는 편이라 계속 집중하라고 다그치다가 후배 울린 적도 있는 걸요."

-선수 입장에서 여자축구가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도 많이 하는 편 같아요.

"우선은 유소년 육성이 잘 되어야죠. 좋은 선수 발굴하는 게 좋아요. 엘리트 축구 말고, 남녀 섞어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클럽활동 같은 부분을 늘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숙소 생활하면서 시간 맞춰서 움직이고, 자고, 밥먹고 하는 게 지겨웠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면 금세 지치니까요. 외국 선수들보면 다들 직장에서 일하다가 공차고 그러잖아요. 재미있게 할 수 있어야죠. 프랑스가 여자축구 인구가 8만이라면서요. 이번 대회에서도 프랑스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사인해주는 모습이나 경기장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프로같더라구요. 동기부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부러웠어요. 우리도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죠."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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