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안방 바뀐 '안방마님'이 살아남으려면..
포수 허도환은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포일이나 폭투 때 공을 뒤로 빠뜨리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오른쪽 사진은 넥센 시절의 허도환. 동아일보DB |
프로야구 한화 김정준 전력분석 코치가 SBS스포츠 해설위원 시절 펴낸 책 ‘포수란 무엇인가’에 실린 글입니다. 마침 한화는 올해 넥센에서 포수 허도환(31)을 트레이드 해왔습니다. 김 코치가 쓴 것처럼 팀을 옮긴 허도환은 패스트볼(passed ball·포일)이 줄었을까요? 일단 정답은 ‘네’입니다.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 개념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해 뒤로 빠뜨리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공식 기록원이 판단하기에 포수의 잘못일 때는 포일로, 투수의 잘못일 때는 폭투로 기록합니다. 그런데 보통 야구팬들이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 포수가 블로킹에 성공했다면 폭투로 기록되지 않았을 투구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둘을 묶어서 따져 봤습니다.
넥센에서 뛰던 2012∼2014년 허도환의 9이닝당 ‘포일+폭투’는 0.435개였습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이 수치가 0.314개로 줄었습니다. 올 시즌 현재 한화 포수들 전체 기록이 0.665개인 것을 감안하면 172이닝 동안 투수의 공을 받은 허도환이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블로킹은 믿음을 얻는 첫 단계일 뿐입니다. 투수를 제대로 리드하지 못하는 포수는 믿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허도환이 요즘 상대 타자들의 성향을 기록한 두툼한 종이 뭉치를 들고 다니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허도환은 “경기 전날 숙소에 가서 미리 예습하고 다음 날 전력분석팀과 생각을 주고받는다. 여기에 최근 컨디션과 몸 상태를 파악해 리드에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덕분에 김성근 한화 감독도 “허도환의 리드는 어느 한 부분을 콕 짚기보다 요소요소 배합이 살아 있다”고 칭찬할 정도가 됐습니다. 처음 허도환이 팀에 합류했을 때 ‘포수로서 장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김 감독은 “아직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허도환만 이렇게 달라진 건 아닙니다. 장성우(25)는 2012∼2014년 롯데에서 9이닝당 ‘포일+폭투’가 0.608개였지만 올 시즌 kt에서는 0.543개로 줄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투·포수가 많은 kt 전체 기록이 0.814개(최다 1위)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변화입니다. LG 최경철(35)도 넥센에서 뛰던 2012년에는 0.537개였지만 LG로 트레이드 된 2013년에는 0.481개로 줄었습니다.
블로킹은 기본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포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기술입니다. 새로 믿음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포수들은 새삼 그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무의식중에 깨닫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겠죠.
벌써 2015년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올해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초심이 뒤로 빠지지 않게 잘 블로킹하고 계신가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 “의대 교수도 집단 사직땐 진료유지명령 검토”
- 與 하남갑 ‘尹호위무사’ 이용 승리, 추미애와 대결…이혜훈, 하태경 꺾어
- 민주당 선대위 출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톱’ 체제
- 與선대위, 한동훈 ‘원톱’에 윤재옥·나경원·원희룡·안철수 공동위원장 체제
- 반미 단체 출신 전지예, 野 비례 후보 자진 사퇴
- 전세사기 피해 1년, 끝나지 않는 고통
-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빙빙~ 도는 것 같아
- 尹, 종교지도자들 만나 “민생-의료개혁에 힘 모아달라”
- MB “광우병은 날 흔들려던 것…못하니 다음 대통령 끌어내려”
- 조국 “22대 국회서 ‘한동훈 특검법’ 발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