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두루마리 휴지, 왜 끝이 바깥으로 오게 걸까?

입력 2015. 7. 1. 03:00 수정 2015. 7. 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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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에 영향주는 '사소한 과학'

[동아일보] 가끔 ‘엥? 왜 저런 연구를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과학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연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사소하게 여길 수 있는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들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자.

1891년에 작성된 두루마리 휴지 특허 문서에 있는 그림. 휴지 끝이 바깥으로 오게 그려져 있다. Seth Wheeler 제공
○ 안쪽? 바깥쪽? 두루마리 휴지 거는 과학적 비법

휴지가 없던 과거에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종이나 천 조각, 지푸라기 등을 이용해 닦았다. 그러다 1891년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세스 휠러가 얇고 긴 종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일렬로 구멍을 뚫은 뒤, 이를 돌돌 말아서 휴지를 만들었다. 이 덕분에 지금 우리는 화장실에 휴지를 걸어놓고 원하는 만큼 풀어서 손쉽게 끊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3월 세스 휠러의 두루마리 휴지 특허문서가 최초로 공개됐다. 문서에는 휴지 끝이 바깥으로 오게 그려져 있었다. 사실 그 전에는 두루마리 휴지 끝이 바깥으로 오게 걸지, 안으로 가게 걸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 그림이 공개되면서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법에 대한 해답이 풀린 것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거는 방법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설명은 휴지 끝이 바깥으로 올라오게 걸면 아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휴지는 대부분 사람 눈높이보다 아래에 걸려 있다. 그래서 휴지 끝이 안쪽에 있으면 두루마리 휴지에 가려져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필요한 양보다 더 풀어서 쓰게 된다. 실제로 2010년 환경부에서 주최한 ‘넛지 공모전’에서 휴지 아끼는 방법이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휴지 끝이 바깥쪽에 있을 때보다 안쪽에 있을 때 한 번에 6칸 더 쓰게 된다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였다. 놀랍게도 세스 휠러가 124년 전에 작성한 특허 문서의 그림에도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 초파리가 비행경로를 바꾸는 모습.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제공
○ 1초에 7500번 초파리 사진 찍는 실험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생물학 및 생물공학과의 마이클 디킨슨 교수는 약 20년 동안 초파리가 나는 모습을 연구했다. 디킨슨 교수 연구팀은 원통 모양의 실험 상자 안에 초파리 40∼50마리를 넣었다. 그리고 원통의 가운데에서 두 개의 빛이 교차하도록 레이저빔을 설치한 다음, 초파리가 그 지점을 지나면 그림자가 생기도록 실험 상자를 설계했다. 초파리는 갑자기 생긴 그림자를 보면 포식자가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비행경로를 바꾼다. 연구팀은 1초에 7500장의 사진을 찍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초파리가 비행 방향을 바꿀 때의 모습을 반복해서 찍었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초파리가 1초에 220번 날갯짓을 하며, 100분의 1초 만에 비행경로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건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속도보다 50배 이상 빠른 엄청난 속도다. 더 놀라운 것은 초파리가 몸의 방향을 90도 이상 바꾸면서도 빠른 비행 속도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디킨슨 교수는 “초파리 날개에는 평형과 회전 등을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한 기관인 ‘홀터스’가 있다”며 “홀터스를 비롯한 다양한 감각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결국 이 정보를 처리하는 곳은 뇌”라고 말했다. 실제 초파리의 뇌는 소금 알갱이만큼 작다. 디킨슨 교수는 초파리의 행동과 뇌의 변화를 동시에 관찰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밝혀낸 초파리의 능력을 비행기에 활용하면 위급 상황에서 비행 방향을 빠르고 안전하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또 실제 초파리만큼 작은 로봇을 개발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일반 유리(왼쪽)와 문명운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유리(오른쪽)의 김 서림 비교 모습. KIST 제공
○ 뜨거운 라면 먹을 때도 김 서림 걱정 없는 안경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나 찜질방에 들어갈 때 안경을 쓴 사람이라면 시야가 뿌옇게 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김이 서리기 때문이다. 김은 수증기가 낮은 온도의 공기와 만나면서 아주 작은 물방울로 변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김 서림이 없는 유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문명운 박사 연구팀은 유리 표면에 1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로 유리를 이루는 주재료인 이산화실리콘을 코팅했다. 그리고 이 유리를 금속판 위에 올려놓고 플라스마 상태의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CF4(사불화탄소) 가스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금속판에서 금속입자들이 유리 표면 곳곳으로 올라와 달라붙었다. 그리고 금속판에 마이너스 전압을 주자, 플라스마 CF4 가스에서 나온 불소 이온이 유리에 달라붙으면서 유리가 부식됐다.

그런데 금속입자가 달라붙은 곳은 금속이 방패 역할을 해서 부식 속도가 아주 느리다. 그 결과 금속입자가 달라붙어 있는 곳이 지름 약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돌기가 된다. 문 박사는 “기존 김서림 방지 유리는 일반 유리에 6∼7겹으로 코팅을 해서 만들었는데 표면이 잘 벗겨져 수명이 짧았다”며, “이번에 개발된 유리는 간단하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리는 물방울이 맺히는 일반 유리와 달리 물에 잘 젖지 않고, 젖더라도 얇게 퍼져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작은 돌기가 표면적을 넓혀서 물방울이 달라붙더라도 최대한 얇고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김 서림이 없는 유리는 짙은 안개에도 끄떡없기 때문에 무인자동차에 쓰이는 카메라 렌즈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혜림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pungni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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