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그리스 사태', 근본 해결은 어렵다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5. 7. 1. 03:00 수정 2015. 7. 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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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협상 문제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연금 및 소비세와 관련하여 서로 엇갈린 추가 협상안을 연달아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급속하게 냉각되었고, 결국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채권단 협상안 수용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7월 5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스는 은행 영업 중단과 예금 인출 제한 등 자본 통제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스는 6월 30일 만기가 돌아온 15억유로 규모 부채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IMF 규정상 '연체(arrear)'로 처리되며, 민간 채권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부도(default)'와는 다르다. 이보다는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5일 전후가 중요한 시점이 될 수 있다.

국민투표 결과 채권단 협상안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유로존 금융시장의 혼란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협상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채권단이 6월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에 대한 연장을 거부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뿐만 아니라 이 경우 급진 좌파 연합을 기반으로 한 치프라스 총리의 연립정부는 붕괴하고 다시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개연성이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고조될 수밖에 없다.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되는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초재정수지는 재정수지 중에서 이자 지급을 제외한 부분을 말한다. 그리스 부채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장기간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에서도 기초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높여 2017년 이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지속시키는 목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기초재정수지 목표치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GDP 대비 3%를 상회하는 기초재정수지를 10년간 유지한 사례는 1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북해 유전 개발에 힘입었던 노르웨이처럼 매우 특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탈세 문제가 만연한 그리스가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내는 목표는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매번 극적인 합의를 통해 구제금융을 연장하더라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순 없다. 재협상 때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패턴만 반복될 것이다.

유로존 중심국과 주변국 사이의 불균형 역시 본질적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유로존 출범 후 그리스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수입과 소비를 늘리는 동안 경쟁력 높은 중심국들은 수출 호황을 누렸던 근원적 구조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그리스의 중장기적인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스 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발생한 불안 요인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향후 불안 요인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패턴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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