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서울엔 왜 장맛비 안 내리나?..7월 초 태풍이 변수

정구희 기자 2015. 6.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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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서울에도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장마전선이 올라오면서 전국에 단비를 뿌렸지만, 그 후 서울에는 가끔 구름만 지날 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30일) 남해안과 제주도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지만, 서울 하늘은 조용합니다.

장마가 시작됐다고 하는데도 비가 오지 않으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른장마'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장마 기간의 강수량은 145.6mm로 평년 356.1mm의 반도 안 되는 비가 내렸습니다.

내일 서울에 5mm 안팎의 비가 예보됐지만, 양이 적은 데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계속 큰 비 소식이 없어 걱정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으니 한 달 빨리 녹조가 많아지면서, 한강 하류에는 올해 첫 '조류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중부지방의 젖줄인 소양강 댐 수위는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 7월 중순 돼야 중부지방에 많은 비 내려

지난 30년간 통계를 보면, 중부지방의 장마는 6월 24~25일에 시작해서 7월 24~25일쯤 끝납니다. 한 달 정도 장마가 이어지는 건데요, 장마 시작은 6월 말이지만 사실 중부지방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는 건 7월 중순입니다.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는 장맛비를 몰고 오는 '장마전선'이 제주도와 남해안 사이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제주도와 남해안에 비가 많이 옵니다. 1981년~2010년까지 기상청 통계를 살펴보면 6월 말 제주도의 강수량은 105.5mm(6.21.~6.30.), 7월 초엔 102.9mm(7.1~7.10), 7월 중순엔 69.1mm(7.11~7.20.)로 주로 6월 말부터 7월 초에 많은 비가 내리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해안인 전남 여수의 경우에는 6월 말에 115.2mm, 7월 초에 104.0mm, 7월 중순에 105.1mm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7월 초순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면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옵니다. 따라서 서울의 경우에는 7월 중순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립니다. 서울의 6월 말 평균 강수량은 58.7mm인데, 7월 초엔 100.8mm, 7월 중순엔 159.3mm로 6월 말과 비교하면 7월 중순에 3배 정도 많은 비가 내립니다.

6월 말에 장마가 시작되면 7월 초까지는 남부지방에 비를 뿌리다가, 7월 중순에 중부지방에 비를 내린다고 기억하면 쉽겠습니다.

● 장마전선 북상 막는 '엘니뇨', 7월 초 '태풍'이 변수

조금 걱정되는 부분은 강하게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입니다.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장마전선을 밀어 올려줘야 하는데, 엘니뇨가 발달한 해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제 때 확장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올해도 엘니뇨도 이미 중간급으로 발달 했고,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보여 장마전선 북상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구세주는 태풍입니다. 올해 발생한 8개 태풍 가운데 아직 우리나라에 직접, 간접 영향을 준 태풍은 없는데요, 9번째로 발생할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가 태풍 센터는 72시간 이내에 괌 부근에서 태풍이 발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럽 중기예보센터는 (ECMWF : European Center of Medium range Weather Forecast) 이 태풍이 7월 8일~10일쯤 우리나라나 중국 서해안까지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태풍은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기도 하고, 장마전선에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기도 합니다. 태풍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많은 비를 뿌릴 수 있습니다.

아직 일주일 이상 시간이 남아있어서 벌써 태풍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겠지만, 앞으로 태풍 정보가 나오면 귀 기울여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은 '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태풍과 장마가 큰 피해 없이 물이 부족한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려주길 기대해 봅니다.정구희 기자 kooh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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