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서 배우는 정현, 윔블던의 교훈 '약한 상대는 없다'

최정식 2015. 6. 30. 11: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현
정현.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2015. 6. 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9·삼성증권 후원)이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윔블던 남자단식 1회전에서 피에르-위그 에베르(프랑스)에게 2-3(6-1 2-6 6-3 2-6 8-10)으로 져 탈락했다.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승리한 것은 이형택이 2008년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요나스 비에르크만을 꺾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정현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그러나 좋은 경험을 했다. 정현은 세계 톱100에 진입한 뒤 “이기면서도 배우고 지면서는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무엇을 배웠을까.

정현은 윔블던에서 2013년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도 8강에 올랐지만 성인 무대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주니어 대회와는 확실히 다르다. 모든 선수들이 톱 선수라고 느껴진다”고 했다. 메이저 대회 본선 데뷔전에서 고배를 안긴 에베르는 세계 151위다. 정현(79위)보다 랭킹이 훨씬 낮다. 본선에 직행한 정현과 달리 예선을 거쳐 올라왔다. 지난 1월 호주오픈 예선에서 2-0으로 이겼던 상대다. 복식랭킹 20위로 단식보다는 복식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왜 졌을까?

그랜드슬램대회에서는 시드를 받은 강자들이 초반에 예선 통과자에게 고전을 하거나 심지어는 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선에서 3승을 기록하고 올라온 선수들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 본선 첫 경기에 나설 때는 자신감과 실전 감각이 한창 올라있는 상태다. 윔블던 예선은 올잉글랜드클럽이 아니라 뱅크오브잉글랜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기는 하지만 잔디 코트에 대한 적응에서도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남자의 경우 3세트를 선취해야 이기는 그랜드슬램대회에서 계속 돌풍을 이어가기는 힘들지만 초반에는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선 통과자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복식을 잘하는 선수는 대부분 서브가 좋고 네트플레이에 능하다. 잔디 코트에서 좋은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잔디 코트는 공이 낮게 바운드되고 바운드된 뒤에도 공의 스피드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데다 불규칙 바운드도 많다. 그라운드 스트로크가 좋은 선수보다는 서브와 발리가 강한 선수에게 유리하다. 에베르는 정현보다 8개나 많은 17개의 더블폴트를 범했지만 23개의 에이스를 터뜨렸다. 정현은 8개에 그쳤다. 물론 스타일이 실력을 이길 수는 없다. 정현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나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멘털이 강한 정현이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없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세트 스코어에서 2-1로 앞선 4세트에 상대가 거칠게 심판에게 항의하며 경기 흐름을 방해하는 신경전을 펼치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윔블던에서 정현은 ‘큰 무대에서는 약한 상대가 없다’는 것을 또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올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에서 본선 첫 승 목표를 이루기 위한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최정식기자 bukra@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