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카카오톡 샵(#) 검색, 모바일 검색 판도 바꿀까?

유성재 기자 입력 2015. 6. 30. 11:15 수정 2015. 6.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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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0일) 오전 10시부터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화 입력창 끝에 샵(#)이 나타났습니다. 회색 샵 모양을 터치하면 샵이 대화창 앞으로 옮겨지면서 활성화되고, '카톡하다 궁금할 때'라는 설명이 대화창에 나타납니다. 이렇게 샵을 활성화시킨 상태에서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완성 기능이 켜지면서 마치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할 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원하는 검색어를 클릭하면 카카오톡 대화창 위로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 페이지가 올라옵니다.

2년차 '집사'인 기자가 '#고양이'를 검색해 봤습니다. 검색 결과를 콘텐츠 카테고리 별로 나눠서 보여줍니다. 고양이의 경우는 먼저 이미지 모음 페이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기면 백과사전 검색 결과, 동영상, 블로그, 고양이 관련 앱(게임), 뉴스, 카페와 웹사이트 등이 카드 형태로 차례로 나타납니다. 마지막 두 세 페이지는 사료나 캣타워 등 고양이 관련 용품을 파는 쇼핑 사이트 목록입니다. 특이할 만한 점은 각 카드마다 아래 '공유하기' 버튼이 있고, 이 버튼을 터치하면 조금 전에 대화를 나누던 카톡 창에 카드의 콘텐츠가 다시 재구성돼 이미지와 함께 올라온다는 겁니다.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다가 함께 알고 싶은 대상이 있거나 뭔가 설명해 주고자 할 때 유용할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고양이' 대신 '여의도'나 '목동' 같은 지명을 검색어로 입력한 경우 지도 등 공간정보가 먼저 보입니다.

대화창 앞에서 활성화된 샵(#)을 없애기 위해서는, 즉 검색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기기의 경우 복귀 버튼을, iOS의 경우 대화창 왼쪽의 X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샵(#)은 이렇게 없애지 않는 이상 비활성화되지 않고, 단어를 입력할 때마다 자동완성되는 연관 검색어를 계속 보여줍니다. 조금 번거롭기는 한데, 익숙해지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샵(#)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오가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카카오 측은 보도자료에서 '샵' 검색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카카오톡 샵검색은 검색이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거나 새로운 대화의 소재로 이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공유하기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구현하였다. 검색 결과를 위아래로 길게 스크롤해야 하는 페이지 형태가 아닌, 옆으로 밀어 넘길 수 있는 카드 형태로 제시해 빠르게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 단위로 검색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 상대방에게 공유하고 싶은 내용만 채팅방에서 바로 전달할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검색 공유 메시지를 누르면 카테고리의 결과가 가장 위에 노출되고, 추가 정보는 아래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샵' 검색의 시작은 검색 사이트의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의 '카카오'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합병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검색을 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백그라운드로 돌리고, 검색 결과의 링크를 복사해서, 다시 카톡 창을 띄우고 대화창에 복사한 링크를 '붙여 넣기'하는 일련의 지루한 과정을 상당 부분 단축했습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백그라운드로 돌리고 꺼내는 '검색 앱'은 사실상 '다음'이 아닌 '네이버'였던 경우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샵' 검색을 통해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역시 PC에서처럼 적수 없이 독주하던 네이버를 잡기 위한 본색을 제대로 드러낸 셈입니다.

국내 검색 포털이 늘 그래왔듯이, '샵' 검색 서비스의 핵심도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즉 '큐레이션'하는 권한을 검색 사이트가 공고하게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카드 가운데 '동영상'은 '다음'의 'tv팟'과 신규 서비스인 '카카오tv'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카드의 마지막 두 세 장이 모두 '쇼핑'에 할애되어 있는데, 그곳에 공개되는 웹쇼핑 사이트는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포털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웹'과 '모바일'로 나뉘었던 검색 광고 시장에, 이제는 '모바일 메신저'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길 수도 있게 됐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이 '한 수'는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굳건한 카카오톡의 아성을 더욱 강화하고, 여기에 모바일 검색에서 '네이버'에 밀려 온 '다음'의 영향력을 키워줄까요? 모바일 메신저 안에서의 검색은 PC나 기존 모바일 검색보다 시간/공간적 제약이 있어서 이용자가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검색 결과를 느긋하게 펼쳐놓고 정보의 진위나 충실도를 따져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한참 얘기를 나누거나, 뭔가 화두가 떠올랐을 때 급하게 샵(#)을 띄우고 검색하는 것일 테니까요. 여기서 샵(#) 검색 도입의 목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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