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인터뷰] '슈팅이 예술' 윤주태의 한국 적응기

풋볼리스트 2015. 6. 30. 11:06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김환 기자= "이 선수를 야구선수와 비교 하면 오승환이나 임창용이다. 다른 선수와 구속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컨트롤이 예술인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선수가 슈팅을 하면 기가 막히게 골문 구석으로 가더라. 정말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다."29일 오후 FC서울 훈련장인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최용수 감독이 던진 말이다. 최 감독은 "우리의 스타, 윤주태(25)를 인터뷰하러 오셨나 보네. 묘한 선수니까 인터뷰 한 번 잘해 보이소"라며 껄껄 웃었다.윤주태의 최근 활약을 보면 감독 입장에선 절로 웃음이 날만 하다. 윤주태는 K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을 통틀어 총 6골을 넣어 팀 내 개인 득점 부문 1위다. 6골이라는 수치가 초라할 수 있으나 출전 시간 대비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활약상을 알 수 있다. 윤주태는 올 시즌 총 452분을 뛰며 6골을 넣어 75분당 1골씩 기록 중이다. 유럽 정상급 공격수가 70~80분당 1골씩 넣는 걸 고려하면 출전 기회에 비해 많은 골을 넣고 있다.윤주태는 2011년 연세대학교에서 곧장 독일 FSV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하며 국내 프로무대를 거치지 않았다. FSV프랑크푸르트에서 30경기 3골, 산드하우센으로 잠시 임대를 떠나서는 11경기를 뛰었다. 2014년에는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서울에 입단했는데, 적응하는 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3년 후반기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 컨디션이 크게 떨어진 탓에 부상이 많았다. 데뷔 시즌에는 리그 10경기 출전(2골)에 그쳤다.하지만 2014년과 2015년의 윤주태는 크게 다르다. 윤주태는 이제는 서울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팬들이 윤주태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과감한 슈팅 때문이다. 일단 망설임이 없다. 공을 잡으면 한 두 차례 드리블 이후 곧바로 슈팅으로 이어진다. 답답했던 팬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슈팅이다. 최 감독이 '슈팅 능력이 묘한 선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리그에 입성한 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서울 유니폼이 꽤 어울리는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슈팅 하는 남자'윤주태의 K리그 적응기를 들어봤다. #1. 현재적응 | 웨이트트레이닝+필라테스"솔직히 말하면 독일에 있을 때 K리그를 거의 못 봤다. 독일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서 독일 팀끼리 하는 경기만 봤다. FSV프랑크푸르트의 경기나 라이벌 팀의 경기를 챙겨보면서 분석을 했다. 그래서 K리그에 처음 와서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2014년 초 서울에 입단하기 전까지 웨이트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합류했다. 곧바로 괌 전지훈련에서 운동량을 늘리다보니까 몸에 무리가 왔다. 그래서 2014년엔 부상도 많았다. 2015시즌 시작 전까지도 부상 때문에 동계 훈련을 못갔다. 당시 국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또 부상을 당하는 게 싫었다. 겨울 내내 체력관리에 더 집중한 덕분에 시즌 중반까지 버티면서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팀 훈련 이후에 개인적으로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단체로는 배우기 좀 그래서 일대일 강습을 받았다(웃음). 몸에 밸런스를 맞춰주면서 조금 더 유연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박주영과 정조국 | 모방하고 싶은 형들"(박)주영이 형은 머리가 정말 똑똑한 것 같다. 타고났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주영이 형의 동작을 따라하려고 유심히 살펴보는데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조국이 형에게서는 슈팅을 배운다. 임팩트 하는 게 남다르다. 정말 잘 때린다. 주로 벤치에서 시작하는 경기가 많아서인지 최근 형들의 움직임을 모방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가 될 수 있지만, 정말 경험 많고 잘하는 공격수들과 함께 뛴다는 건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서울의 선배들 | 독일엔 결코 없는 형님들"한 명 꼽으면 안 된다. (차)두리 형, (고)요한이 형, (김)진규 형, (고)명진이 형 등 모두 다른 방법으로 내게 도움을 준다. 두리 형 같은 경우에는 정말 대선배이지 않나. 사실 다가가기도 힘든데 먼저 밥도 사주고 재밌게 이야기를 해준다. 축구 이야기는 거의 안하는데 가끔 가다가 툭 던지는 말이 있다. 내가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 말해주시는데 정말 와 닿는다. 독일에서는 선후배 문화가 없어서 이런 게 정말 그리웠고 필요했다. 밥도 거의 얻어먹고 있는데, 이제는 한 번 사야할 것 같다. 그런데 요한이 형이 '나도 선배들한테 밥 얻어먹고 지냈으니까 너도 후배들한테만 밥을 사면 된다'라며 밥값을 내지 못하게 하더라. 그래서 요즘엔 (심)상민이나 (윤)일록이에게 밥을 사준다(웃음)." 단합 | 서울의 분위기"독일에서 뛸 때와 가장 다른 건 팀 내부 분위기다. 서울은 단합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는 독일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사복을 입고 라커룸에 내려가 서로 파이팅을 해주는 서울의 문화는 인상 깊었다. 경기 전까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훈련 시간에도 함께 움직이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게 특징이다. 선수들이 대부분 훈련장 근처인 구리에 모여 있어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슈퍼매치 | 더비 삼수생의 첫 승"축구 선수를 하면서 세 가지 더비를 경험했다. 맨 처음은 연세대학교 시절 겪은 연고전이다. 두 번 출전했는데 다 졌다. 그 다음으로는 FSV프랑크푸르트와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와의 더비다. 아인트라흐트가 2부 리그로 떨어졌을 때 한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1-6으로 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 오니까 슈퍼매치라는 더비가 있더라.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가는 곳마다 더비를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해 슈퍼매치에서는 골도 넣고 2-0으로 이겨 기분이 정말 좋더라. 더비에서 이기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슈퍼매치는 언제나 나서고 싶고, 이기고 싶은 경기인 것 같다." 슈팅 | 최용수 감독이 꼽은 장점"어릴 때부터 슈팅하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중앙 미드필더였는데 최명용 학성고 감독님이 내가 슈팅을 좋아하는 걸 아셨는지 포지션 변경을 추천했다. 그때부터 슈팅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 공격수로 나선 대회에서 득점왕까지 오르면서 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최명용 감독님이 기회가 나면 무조건 슈팅을 하라고 말씀한 게 아직까지 생각난다. 그때부터 나도 내 무기가 슈팅이라는 걸 알기 시작한 것 같다. 공격 쪽에서 기회가 오면 70대 30정도로 슈팅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배운 게 몸에 익숙해져서 슈팅에 대해서는 언제나 자신감이 있다."

#2. 과거

최명용 | 주심과 선수로 만난 스승님

"지난 시즌 내가 골을 넣었던 슈퍼매치에서 주심을 보셨다. 내게 좋은 기회를 열어주신 스승님이 심판을 하고 계셔서 기분이 묘하더라.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편한 느낌이었다. (항의는 했나?) 아니. 못했다. 못하겠더라(웃음). 최명용 감독님으로부터 고등학교 때부터 심판에게 항의하지 말라고 배웠다. 그래서 나는 항의를 잘 하지 않는 선수가 됐다. 당시 최명용 감독님은 '항의는 감독이 하는 거니까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해라'고 했다.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우영 | 함께 몸을 키웠던 친한 형"내가 정말 좋아했던 1년 선배 형이다. 우영이 형과는 학성중학교에서부터 함께 축구를 했다. 형과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둘 다 공을 예쁘게 찬다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아무도 안 믿겠지만. 하하. 그리고 둘 다 몸이 마른 게 단점이자 고민거리였다. 특히 우영이 형은 중학교 때 '키 크고 나서 축구 하러 와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일 때 형과 휴식기에 맞춰 서울에 있는 재활 센터에 올라와서 몸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서울에 가면 운동을 안하고 논다는 인식 때문에 감독님이 허락을 잘 안 해주셨는데, 우영이 형이랑 같이 간다고 하니까 허락을 해준 것 같다. 무작정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우면서 몸을 만드는 걸 했다. 지금은 둘 다 키가 커서 다행이다. 고등학교 초반까지는 내가 컸는데 지금은 우영이 형이 더 크다. 몸은 내가 조금 더 두꺼운 것 같기도 하다(웃음)." 학성고 3총사 | 공격수 조영철-섀도우 윤주태-중앙 미드필더 정우영"둘 모두 1년 선배다. 정말 좋은 형들이 있어서 재밌게 축구를 했다. (조)영철이 형이 맨 앞에 섰고 내가 주로 뒤를 받쳤다. 내 뒤에는 우영이 형이 있었다. 3총사라고 하면 조금 민망하지만 즐겁게 축구를 했던 것 같다. 영철이 형이 가장 먼저 국가대표가 됐고, 최근에 우영이 형까지 국가대표가 됐다. 우영이 형이 A매치 데뷔하는 경기를 봤는데 기분이 정말 좋더라. 지난해 우영이 형의 경기를 보러 일본까지도 갔는데 이렇게 결실을 거둬 내 일처럼 기쁘다. 이와 동시에 자극제도 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독일의 추억

FSV프랑크푸르트 | 윤주태에 이은 한국 선수 박인혁

"기사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젠간 FSV프랑크푸르트에 한국 선수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 어떤 선수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의 뒤를 이어서 한국인이 입단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경희대 공격수 박인혁은 최근 호펜하임 입단 후 2부 리그 FSV프랑크푸르트로 임대를 떠났다.) 축구를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일단 독일어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고 적응할 수 있다. 나도 초반 3개월 동안에는 통역이 있었는데, 이러다간 독일어를 아예 못 배울 것 같아 혼자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선수들과 잘 지냈는데, 미세한 텃세는 분명 있다.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독일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좋은 공격수가 돼서 FSV프랑크푸르트를 한국에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매튜 레키 | 호주의 핵심 선수가 된 내 친구"FSV프랑크푸르트 시절 친구다.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호주 경기를 다 챙겨봤는데, 뭔가 뿌듯하더라. 아무래도 독일에선 외국인 선수라서 레키와 네덜란드, 포르투갈에서 온 친구와 함께 다녔다. 서로 많이 외로웠기 때문에 의지를 한 것 같다. 레키는 그때도 잘했다. 내가 주로 왼쪽이나 중앙으로 나오면 레키는 오른쪽에서 뛰었다. 이제는 호주 대표팀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더라.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차)두리 형에게도 당시에 연락이 와서 '레키랑 같이 뛰어봤지? 잘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더라." 세리머니 | 말춤 그리고 엠블럼 키스 중독"(독일에 있을 때 말춤 세리머니 했죠?) 아…. 네. 왜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싸이가 유명해져서 친구들과 같이 했던 것 같다. 왠지 부끄럽다. (한국에서는 왜 세리머니를 단순하게 진행하나?) 사실 골을 넣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작년에 명진이 형이 '우리는 서울 엠블럼을 달고 나가는 선수들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엠블럼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점점 적응하면서 애착도 더해지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자꾸 엠블럼에 손이 가더라. 팬들도 좋아해주시니까 계속 하게 된다."사진=풋볼리스트, 프로축구연맹,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한준의 축구환상곡] 슈퍼매치, 0-0이면 큰일날까?[클래식 FOCUS] 전남, 김병지 쉬게하고 얻은 2가지[히든트랙] 인천, '헝그리 정신'은 이제 그만[코파 FOCUS] 왕들의 추락, 우승 후보 물갈이[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