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 김다은]수면열차에 올라타는 방법

입력 2015. 6.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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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는 ‘수면교육’이라는 것이 나온다. 10시간을 자고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반면, 적게 잠을 자고도 원기를 회복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심수라는 열차가 도착할 때 제대로 올라타는 것이다. 심수(沈睡),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깊은 잠을 자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심수는 하룻밤에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데, 그 깊은 잠은 15분 짜리의 작은 구성단위로 나뉘어져 한시간 반 간격으로 노래의 후렴구처럼 되풀이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베르베르에 따르면, 자신의 수면 사이클을 알아내야 하는데, 저녁 무렵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노곤함이 한시간 반 간격으로 다시 찾아온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그 시각을 분 단위까지 기록하라고 권한다. 만일 저녁 6시 36분에 노곤함을 느꼈다면 다음의 피로감이 찾아오는 시각은 아마도 밤 8시 6분, 9시 36분, 11시 6분이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각에 심수 열차가 지나칠 것이므로 놓치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고 한다. 그 순간에 맞추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자명종을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세 시간 후에 깨어나는 버릇을 들이면, 우리의 뇌는 수면의 단계를 압축해서 유지하는데 길들여져, 아주 적게 자고도 피로를 완전히 풀고 개운한 몸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잠을 최대한 줄여가며 뇌를 최대한 활발하게 가동시켜야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소설가일 것이다. 베르베르는 특히 인간의 ‘뇌’에 관한 장편소설을 2권이나 쓴 세계적인 작가로, 짧게 자면서도 뇌를 강력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일가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몸은 자지만 눈알을 굴리거나 꿈을 꾸는 상태를 램 수면이라고 한다. 램 수면 상태에서는 뇌가 자지 않아 깨어있을 때와 똑같은 알파파가 나오기에, 이런 잠은 아무리 자도 피곤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베르베르는 몸 뿐만 아니라 뇌까지 온전하게 자는 심수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베르베르의 수면교육은 의학적이라기보다 문학적으로 이해하면 효과가 더 클 듯하다. 잠의 고통은 스스로 잠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심수 열차는 젊은 층이건 노년층이건 꼭 7-8시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고, 시간과 뇌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어, 이로써 밤에 잠을 잘 때 도리어 뇌가 깨어 있거나 낮에 일하면서 뇌가 죽어 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생이 교육받은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열차 시간은 정확하지 않고, 수면열차를 타도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도 초조하지 않아도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잠’속의 잠 못 드는 여자 주인공처럼, 여태 읽지 못한 19세기 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밤과 인생을 즐겁게 연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는 “밤 열 시부터 아침 여섯 시까지의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잠을 기다리는 시간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설렘일 수도 있다. 미지로 떠날 수면의 열차를 기다리는 것이라 상상하면, 우리의 삶이 보다 낭만적이고 감수성 있는 시간으로 변하지 않는가. 자. 이제 침대에 들어가자. 열차가 오니, 쉿! 눈을 감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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