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단독] 조양호 위해 IOC까지 속인 대한체육회

권종오 기자 2015. 6. 30. 09: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조양호 부회장을 국제올림픽위원회, 즉 IOC 위원으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드러나 큰 파문이 예상됩니다.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공공 기관인 대한체육회가 결과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허위 내용이 들어있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씨는 2012년 2월21일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됩니다. 당시 체육회장은 박용성 씨였습니다. 2012년 3월 대한체육회는 조양호 씨를 IOC위원으로 추천했습니다. 이 때 공문을 보면 조양호 씨의 직위가 대한체육회 부회장(Vice President)으로 돼 있습니다. 사실대로 추천된 것입니다.

문제는 1년 뒤에 발생했습니다. 2013년 2월22일 박용성 씨 후임으로 김정행 씨가 새로운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6일 뒤 김정행 회장은 이기흥, 조양호, 김재열 3명을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수석 부회장'은 없지만 서열로 따지면 이기흥 씨(대한수영연맹회장)가 '제1부회장'인 셈이고 조양호 씨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한체육회는 2013년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에 IOC위원 추천 공문을 다시 보내면서 조양호 씨 직위를 '수석 부회장'(First Vice President)으로 슬쩍 바꿔버렸습니다. 그럼 대한체육회는 왜 조양호 씨 직위를 부회장에서 있지도 않은 '수석 부회장'으로 둔갑시켰을까요? 대한체육회 고위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로 대답하기가 난처하다. 공문은 대한체육회 이름으로 보냈지만 실제로는 대한체육회 관리 감독 기관인 문체부가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비를 못 건다. 조양호 씨 추천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해서 문서가 그렇게 IOC로 나간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부회장 보다는 수석 부회장 자격으로 하면 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한 것이다. IOC가 우리 체육회 직제를 모른다는 가정 하에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의 주장은 다릅니다. 당시 이 문제를 담당했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은 "2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찌 됐든 IOC 위원 추천은 전적으로 대한체육회가 결정했다"며 정부의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말이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부회장을 굳이 '수석 부회장'으로 바꾸는 눈물어린(?)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2013년 7월초 IOC 집행위원회에서 조양호 씨는 IOC 위원으로 추천받지 못했습니다. 쉽게 말해 IOC 위원이 되겠다고 후보로 나섰지만 총회의 최종 승인을 받기도 전에 집행위에서 떨어진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했든 아니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대로 어쩔 수 없이 했든 조양호 씨를 IOC 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수석 부회장'으로 IOC에 추천 공문을 보낸 것은 꼼수를 넘어 '속임수'임에 분명합니다. 더 큰 문제는 조양호 씨의 IOC 추천 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IOC 위원 후보 리스트에 조양호 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IOC가 조만간 새로운 IOC 위원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서류 심사가 불가피한데 조양호 씨는 IOC 서류철에 아직도 대한체육회 '수석 부회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특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5월2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13차 이사회에서 "이기흥 부회장이 3명의 부회장 가운데 서열상 가장 위이고 조양호 부회장은 분명히 그 다음"이라고 밝힌 점입니다. IOC에 보낸 공문과 완전히 모순되는 발언입니다. 대한체육회에 '국내용 수석 부회장'과 'IOC위원 추천용 수석 부회장'이 따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 스포츠가 국제적 망신을 면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지금이라도 잘못을 명백히 인정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