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순금 침대 안사주면 나쁜 부모라고?

김현주 2015. 6. 3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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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에서 쌍둥이나 삼둥이 등 '다태아(多胎兒)'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쌍둥이 출산율은 1992년 1.1%에서 2006년 2.4%로 늘었고, 현재 약 3%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쌍둥이가 늘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요즘 쌍둥이 자녀를 둔 연예인이 많아진 것이 단순히 직업이나 유전과 관련된 특질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만혼이나 고령임신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 결과 시험관아기 시술 등 의료행위가 늘어나 쌍둥이 임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쌍둥이·삼둥이 등 다태아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다.

전체 출생아 중 쌍둥이·삼둥이 등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년(1993∼2013년)만에 3배로 올라갔다. 난임 부부가 많아져 체외수정 등의 시술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국 출생아 수는 43만6455명으로 이중 다태아는 1만4372명으로 3.3%를 차지했다. 1993년 전국 출생아 수는 71만5826명으로 다태아 비율은 1.1%(8108명)이었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첫 해인 1991년 출생아 수는 70만9275명으로 다태아 비율은 1.0%(7066명)였다.

20년만에 전체 출생아 수는 27만9371명 줄었지만 다태아 수는 오히려 6264명 늘었다. 그동안 일부 예외는 있지만 전체 출생아 수는 꾸준히 감소했고, 다태아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다태아로 태어난 아이 수는 2000년에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다태아의 비율은 이 기간동안 한번도 낮아지지 않고 계속 높아졌다. 이처럼 다태아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은 난임 시술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연적인 임신으로 다태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0.1% 정도인데, 대표적인 난임치료인 체외수정(시험관아기)으로 다태아가 태어날 확률은 2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태아를 낳으면 산모가 산부인과적 합병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되도록 다태아 출산을 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체외수정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예비 산모와의 협의 하에 수정란을 2∼3개 이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식한 수정란이 모두 착상에 성공하면 다태아가 태어난다. 다른 난임 시술법인 '과배란'은 임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란을 유도하는 방법인데, 이 경우의 다태아 확률은 자연적인 임신의 50배 수준인 5%에 이른다.

반면 앞으로 쌍둥이·삼둥이 임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태아·산모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체외수정배아 3개 이하로 제한할 것이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체외수정 시술을 할 때 이식할 수 있는 배아의 수가 최대 3개 이하로 줄어든다. 또 과학기술의 발달에 발맞춰 검사기관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항목이 더 늘어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생명윤리위)는 최근 서울 한 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안건을 심의했다. 대통령 소속의 생명윤리위는 국가 생명윤리 및 안전정책의 최고 심의기구다.

현재 유전자 검사항목은 허용항목과 금지항목으로 나뉘어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성격이나 지능 등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해 국민을 오도할 수 있는 19개 유전자 검사항목은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배아 또는 태아 대상의 유전자 검사는 근이영양증 등 154개 유전질환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생명윤리위는 유전자 검사항목별 지침을 만들어 과학적 근거 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전자 검사기관의 전반적인 검사역량에 대해서도 평가하는 등 평가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비(非)의료기관에서 미래 질병 발생률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체외수정 시술 때 이식하는 배아의 수는 더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난임 부부 정부지원사업에서 체외수정 시술은 임신 확률을 높이고자 한 번에 최대 5개까지 배아를 이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쌍둥이 등 다태아 임신의 가능성이 커져 산모와 출생아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다는 게 생명윤리위의 판단이다. 심하면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선택적으로 유산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생명윤리위는 최근 시험관아기 시술기술의 발달로 적은 수의 배아를 이식하더라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윤리위는 체외수정 시술을 할 때 이식 배아의 수를 최대 3개 이하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구체적 이식 배아의 수는 복지부가 ▲산모연령 ▲배아의 배양조건 ▲시술기술 등을 고려해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별도로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초호화 유아용품 시장이 붐을 이루고 있다. ▲순금 아기 침대 ▲순은 딸랑이 ▲친환경 아기 식탁의자 ▲한정판 유모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초호화 유아 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잇따라 육아 시장에 뛰어 들면서 일상적인 육아 제품들이 일반적이지 않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의 한 유아가구 업체가 선보인 아기침대는 전체를 순금으로 도배하고 내부에 금실 자수의 비단 침구를 깔아 가격이 1500만달러(약167억원)에 달한다. 포춘은 "슈퍼 리치의 막대한 현금으로 초호화 디자이너 의류부터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유아용품들이 미친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비단 이는 슈퍼 리치만의 얘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비교적 경제력이 높은 고령의 임산부들이 늘어나면서 초호화 유아용품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통신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고령에 첫번째 자녀를 낳은 부모가 1990년대 이후 3배나 늘었다고 한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40대 부모들의 첫 아기에 대한 로망이 고가의 유아용품 시장을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타블로이드 매체들도 유아용품의 가격거품에 일조했다. 유에스위클리·피플 등 미국의 연예 잡지는 이른바 '할리우드 베이비' 코너를 통해 아기를 안고 있는 스타들의 사진을 올려 놓고 스타는 물론 아기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의 제품으로 치장했는지 보여준다. 이른바 Y세대 엄마 아빠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점도 유아용품 가격의 고공행진에 한 몫 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종의 '공포(Bugaboo) 효과'가 전반적인 육아용품 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유아 침구의 경우 유기농 인증마크를 달고 있는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15~20% 비싸게 팔린다. 부모들이 경제 형편상 순금 아기침대는 못 사줘도 가능한 가장 좋은 제품을 사줘야 좋은 엄마 아빠라는 무언의 압박이 작용한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달리 말해, 다이아몬드가 박힌 젖병을 사주지 않으면 '나쁜 부모'라는 죄책감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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