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행평가? 엄마 수행평가
최근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행평가는 엄마평가’라는 말이 유행이다. 자녀의 수행평가를 엄마가 도와주고, 때로는 아예 대신 해주느라 잠 잘 시간, 휴식 시간마저 줄여야 한다는 한탄이 늘고 있는 것.
영어교육업체 윤선생이 22∼25일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 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7%가 ‘자녀의 수행평가를 도와준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니까’ ‘자녀 혼자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어려워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초4 딸을 둔 엄마 최모 씨(38)는 최근 딸의 수행평가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딸이 학교에서 ‘행사나 축제에 참여한 뒤 그곳에서 연주된 음악을 기록하고 감상문을 제출하시오’라는 수행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태로 전국에서 대부분의 축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것. 딸보다 더 애가 탄 최 씨는 인터넷을 뒤지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전국 축제 현황을 수소문했다. 꼬박 이틀을 매달린 끝에 지방에서 열리는 소규모 축제를 하나 찾아 주말에 차를 몰고 딸과 함께 다녀왔다.
수행평가는 1999년 ‘창의성을 높이고 실제 생활에서 문제 해결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실제 학교에서는 객관식 문제풀이, 발표 준비, 예체능 과목 실기연습, 서술형 시험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가족이 함께하는 ‘가정수행평가’에 분통을 터뜨리는 학부모도 있다. 중1 자녀를 둔 김모 씨(45)는 “부모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가족과 함께 모둠전 부치기’, ‘가족 음악회 준비하기’ 수행평가를 들고 와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학업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부모들은 회의적이다. 윤선생의 설문에서 ‘수행평가가 자녀의 학업성취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2.0%는 ‘그저 그렇다’, 12.8%는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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