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지 못한 아이언맨의 꿈

박건형 기자 2015. 6. 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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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 실제 주인공 머스크, 로켓 발사했지만 139초 만에 폭발] - 머스크 44번째 생일에 실패 화성식민지 꿈꾸던 억만장자, 우주개발 시장서 승승장구.. 19번째 발사에서 첫 실패 식료품·장비 전달 못받아 국제우주정거장 非常 상황

화성(火星) 식민지 건설을 꿈꾸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Musk)의 거침없는 행보가 로켓 폭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머스크가 창립한 민간 우주선 개발 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8일(현지 시각) 이륙한 지 2분 19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팰컨9 로켓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순조롭게 발사됐다. 하지만 발사를 생중계하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TV에서 "로켓의 모든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 흘러나오는 순간, 로켓의 가운데 부분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통신이 끊겼고, 로켓 전체가 흰 연기에 휩싸인 채 대서양으로 추락했다.

머스크는 폭발 직후 트위터에 "1단(로켓)이 분리되기 직전 로켓이 폭발했다"고 올렸고, 한 시간 뒤 다시 "2단 로켓의 액화산소 탱크 압력이 높았던 것 같다"고 썼다. 스페이스X와 NASA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폭발 사고는 우주개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머스크와 스페이스X에 닥친 첫 위기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창업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결제 대행 업체인 페이팔을 매각한 돈으로 스페이스X를 세우면서 "언젠가 수명이 다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과 화물 및 사람을 실어 나르는 '드래건 캡슐'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특히 2012년 처음 화물 수송에 나선 팰컨9 로켓은 지금까지 18번 발사해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으면서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매혹적인 로켓'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팰컨9 로켓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머스크는 올해 초 "2030년 화성 유인 탐사에 도전하고, 우주 공간에도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우주 인터넷 구축 실험 계획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팰컨9 로켓이 19번째 발사에서 실패하면서, 로켓의 안전성부터 다시 검증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 시사 주간 타임은 "우주 탐사는 원래 어려운 것이지만, 머스크는 한 번도 이런 어려움에 직면해 본 적이 없다"면서 "머스크와 스페이스X도 실패를 통해 우주 탐사의 냉엄함을 배우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머스크의 44번째 생일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과 NASA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폭발한 팰컨9 로켓에는 ISS의 우주인들이 먹을 식료품과 각종 실험 장비 1.8t이 실려 있었다. 지난 1년간 ISS에 화물을 실어 나르는 시도는 이번을 포함, 모두 세 번이나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민간 우주 기업 오비털사이언스의 로켓이 발사 직후 폭발했고, 올해 4월에는 러시아의 무인 우주선 '프로그레스'가 ISS와 도킹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이 때문에 최근 러시아 정부는 ISS에 "보급품을 아껴 쓰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ISS에는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 3명이 거주 중이고 7월 중순이면 3명이 늘어 6명이 된다. NASA는 "ISS에 식량은 아직 남아 있고, 올 하반기 두 차례 ISS행 화물 운송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NASA는 2017년부터 스페이스X의 로켓에 우주인을 태울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계획은 전면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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