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제가 감염될 줄은.. 그땐 해야할 일 했을 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15. 6. 30. 03:00 수정 2015. 6.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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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의 전쟁] 메르스 환자 심폐소생술 하다가 감염.. 건양대병원 首간호사 회복세로 "나 때문에 격리된 동료들, 마음 아프고 송구스러워.. 메르스 완전 종식할 때까지 함께 협력하면서 갚겠다" 위생수칙 철저히 지킨 병원, 추가 의료진 감염은 없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관심도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돼,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간호사가 점차 회복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국가 지정 격리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건양대병원 신교연(39) 수간호사는 29일 "아직 엑스레이상에서는 폐렴 기운이 조금 남아 있지만 며칠째 열이 떨어진 상태"라며 "지난주 금요일 병원 내에서 실시한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PCR)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말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점차 퇴치돼 가고 있다는 의미다. 신씨는 메르스 감염자로 진단된 당시에 발열 증세와 엑스레이상에서 폐렴 증세가 뚜렸했었다.

전화기로 흘러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신씨는 "죽만 먹다가 오늘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다"며 "컨디션은 많이 회복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회복세를 감안하면 이번 주말경에는 병원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완치 판정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행한 바이러스 검사에서 두 번 연속 음성이 나와야 가능하다.

지난 3일 건양대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을 맡은 신 간호사는 메르스 격리 병동에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후배 간호사들을 도와주려고 음압격리병실로 달려갔다. 방호복을 입은 채로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심폐소생술을 하다 탈진 상태가 됐다.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땀을 닦다 환자의 체액이 몸에 닿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는 끝내 죽음을 맞았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정신이 혼미해요.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마쳐야 했어요. 설마 제가 메르스에 감염될 줄은 몰랐어요."

신씨는 그날 이후에도 병원에 출근해 간호사 업무에 임했지만, 매일 체온을 측정해 만약에 대비했다. 그러다 심폐소생술 8일째 되던 날 발열감이 올라왔다. 신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한마디로 충격이었다"며 "젊으니까 치료를 받으면 나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저로 인해 격리되는 동료들, 그로 인한 업무 공백과 병원 피해 등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고, 병원과 동료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신씨의 메르스 감염 소식은 간호사실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런 신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인터넷상에서는 "눈물이 난다" "무조건 살려야 한다" "신 간호사를 위해 기도하겠다" 등의 격려와 응원의 댓글이 쏟아졌다.

신씨와 접촉했던 주변 간호사와 의료진 80여명은 14일간 격리됐다 모두 해제됐고, 이들에게서 메르스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신씨는 "나로 인해 또 다른 감염자가 나올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다들 건강하다고 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간호사의 남편도 2주간 자가 격리 생활을 했고, 메르스 음성으로 나왔다.

건양대병원은 평택성모병원과 대전 대청병원을 거쳐온 수퍼 전파자 16번 환자로 인해 응급실과 병동, 중환자실이 메르스에 오염됐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하다 감염된 신씨 외에는 의료진 감염이 한 명도 없었다. 병원은 철저한 손 씻기와 개인 위생 수칙을 지킨 결과로 보고 있다. 16번 환자로 인한 3차 감염자는 모두 병원이 파악한 격리 대상과 관리 명단에서 나와서, 더 이상의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광범위하고 과감한 봉쇄 전략을 편 것이 주효한 것이다.

신 간호사는 "치료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까지 해주신 의료진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너무 감사드린다"며 "성공적으로 복귀해 메르스 완전 종식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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