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이팅게일 23명, 강동경희대병원에 모였다

김정환 기자 입력 2015. 6. 30. 03:00 수정 2015. 6. 3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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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의 전쟁] 격리 투석환자 돕겠다며 전국 각지 간호사들 자원 "나 아니면 누가 돌보겠나" 모텔·고시원서 자며 근무 "메르스 감염 걱정할까봐 가족에겐 알리지 않고 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5명 나온 강동경희대병원에는 메르스 감염을 무릅쓰고 "강동경희대병원에 격리된 투석 환자 70여명의 인공투석을 돕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간호사 23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에게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에 자원해 일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이 '메르스에 감염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 때문이다. 간호사 23명은 "공식적으로 다음 달 1일 파견 근무가 끝나지만, 강동경희대병원의 부분 격리 조치가 끝날 때까지 봉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오후 2시쯤 강동경희대병원 4층 건강검진센터 휴게실. 이곳은 인공투석실 간호사가 부족한 강동경희대병원에 자원해 인공투석 진료를 돕는 간호사들이 식사를 하고 1~2시간 쉬는 공간이다. 이날 오후 1시쯤 환자의 인공투석을 돕고 식사를 마친 백모(43) 간호사의 눈 주변에는 고글에 눌린 자국이 1시간이 지나도록 선명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 병원 인공투석실에서 근무하는 백 간호사는 지난 19일 인공투석 전문 간호사 파견을 요청하는 보건 당국의 공문을 보자 "내가 가겠다"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투석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언론 보도를 본 순간 '내가 아니면 누가 저 병원 투석 환자를 돌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집과 강동경희대병원 사이 거리가 멀어 강동경희대병원 근처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백 간호사는 "병원 주변에 모텔이 한 군데라, 현재 7명이 같은 모텔에서 숙박하고, 2명은 고시원에 묵고 있다"며 "처음엔 파견 자원 간호사들 모두 자비(自費)로 숙박을 해결하려 했지만 정부에서 숙박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공투석은 간호사 경력이 많고, 1년여간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 간호사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강동경희대병원에 자원한 간호사들은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의 혈액투석을 돕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고글엔 습기가 차 환자에게 혈액투석 주사를 꽂거나 뽑을 때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한다. 베테랑 간호사들인 이들은 그간 일해온 감(感)으로 주사를 꽂고 뽑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원 간호사들은 오전 8시 30분 강동경희대병원에 출근한 뒤, 오전 투석(오전 9시~오후 1시)과 오후 투석(오후 3시 30분~5시) 시간 등 하루 5~6시간 방호복을 입고 일한다. 원래 파견 간호사는 26명이었지만, 이 중 182번 환자(27·강동경희대병원 간호사)와 접촉한 3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 일손이 부족한 상태다.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는 "자가 격리된 간호사 3명이 나오자 자원 근무를 하겠다는 간호사가 없어 현재 일하는 자원 간호사 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파견 간호사 중 '청일점(靑一點)'인 김모(26) 간호사는 날마다 7시간 방호복을 입고 오전·오후 투석 치료에 투입된다. 김 간호사는 "제가 가장 젊고 남자라 체력이 좋으니 기꺼이 오전·오후 근무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5년 파키스탄 지진 때 12일간 구호 활동을 했던 고려대 안암 병원 김진연(38) 간호사도 지난 24일부터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환자 인공투석을 돕고 있다. 김 간호사는 "아들(8)을 낳을 때 출혈이 심해 이틀간 사경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오늘도 봉사의 삶, 향기 나는 삶을 살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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