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930명 중 의사는 22명 뿐 .. "방역 초기대응 불가능"

신성식.이에스더.정종훈.노진호.신진 입력 2015. 6. 30. 01:39 수정 2015. 6. 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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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징비록 <중> 감염병 전문가 키우자컨트롤타워 역할 못한 질병본부

지난달 20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그 환자가 경유한 병원 4곳에 역학조사관 4개 팀을 파견했다. 이들은 2주간 역학조사 교육을 받고 투입된 초짜 공중보건의였다.

 현장에 나갔던 한 역학조사관은 “역학조사 경험이 없어 책에 나온 대로만 조사했다”고 털어놨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병원 내를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있는 데도 병동 내 폐쇄회로TV(CCTV)는 뒤져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방역의 첫 단추는 잘못 꿰어졌다. 1번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이 병원 의료진 10여 명만 격리 조치됐다.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이 아닌 곳에서 6번 환자(71·사망)가 지난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태는 이미 꼬일 대로 꼬였다. 이 시기엔 수퍼 전파자(14번 환자)가 다른 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까지 이동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메르스가 국내에 상륙해 퍼지는 과정에서 보건당국과 병원 모두 낯선 바이러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선 방역전문가가 나서야 하나 질본 내에 그런 전문가는 없었다. 그 결과 질본은 감염내과 전문의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메르스 확산 초기에 “환자와 1~2m에서 악수하고 얘기하고 한 시간 이상 대화하면 밀접 접촉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질본이 이 기준에 따라 방역망을 좁게 짜다 보니 1번 환자가 있었던 병실이 아닌 다른 병실과 병동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질본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직원 930명 중 624명이 임시직(비정규직)이란 점이다. 질본의 한 비정규직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 기회가 안 보이니 보통 여기서 경력을 쌓아 다른 연구소 정규직이나 대학 교수로 가려고 기회를 엿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시로 나고들다 보니 전문성이 쌓일 틈이 없다. 사스·신종플루 때 활약했던 이들이 지금 질본엔 거의 없다.

 질본 내에 의사는 22명(2.36%)뿐이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위원장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에 정규직을 둘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정규직으로 의사를 뽑을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몇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병율 전 질본 본부장은 “복지부가 내일모레 옷 벗고 나갈 관료만 질본에 보내니 초기 대응이 불가능했다”고 꼬집었다.

 질본 조직 자체가 허약한 것도 문제다. 질본 본부장은 실장급(1급)이다. 복지부 통제를 받아 예산·인사권이 없다. 본부장 평균 임기는 2년으로 전문성·연속성이 떨어진다. 유사시에 병원 폐쇄나 병원명 공개, 강제 격리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니 병원, 지자체장, 타 부처 장관의 협조를 구하기 힘들다. 감염병 억제엔 병원 정보 공개가 특효약이지만 병원과 정부가 반대하는 데 맞서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기모란 위원장은 “힘이 없어 병원 폐쇄나 의심환자 격리 등을 책임지기 어려워 대응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센터장은 평균 재임 기간이 4.3년이고, 길게는 11년까지 자리를 지킨 경우도 있다. 예산권과 인사권도 가졌다. 탁상우 미 국방부 수석 역학조사관은 “미국 CDC의 센터장은 방역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유사시에 방역 전략을 이끈다”고 말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선 질본의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전문가를 뽑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줘야 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국은 의학박사 출신 연구원이 정부 기관에서 일할 때 일반 연구원의 3배 정도의 연봉을 준다. 좋은 사람을 뽑고 대우를 잘해줘야 더 좋은 인력이 모인다”고 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위기대응을 위한 중앙지휘소와 역학조사센터를 두자”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정종훈·노진호·신진·임지수·박병현·김민관·백민경·김나한 기자 ssshin@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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