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한복 인형, 밀라노 무대 누벼요"

정유미 기자 입력 2015. 6. 29. 21:36 수정 2015. 6.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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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생김새 다른 1000여개서윤남씨, 9월 '패션쇼'서 선봬"수익금, 다문화가정에 기부"

올 겨울 손뜨개 한복을 입은 인형들이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쇼 무대에 오른다.

팔순을 넘긴 니트 작가 서윤남씨(83·사진)는 29일 경향신문과 만나 “오는 11~12월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른 1000여개 인형들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니트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씨가 준비하고 있는 ‘인형 패션쇼’는 색동 저고리를 입은 흑인 소녀부터 수박색 치마에 남색 고름을 맨 바비인형에 이르기까지 한복을 테마로 하고 있다. 인형들이 입은 한복에는 그의 50여년 손뜨개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인형의 키는 10~30㎝에 불과합니다. 착 달라붙는 바지에 탱크탑을 입히거나, 긴 치마에 조끼를 입혀 한껏 맵시를 냈지요. 손뜨개를 하다보니 색깔이 곱고 아름다운 옷이 한복이란 것을 절감했습니다.”

서씨는 ‘니트업계 산증인’으로 통한다. 1960년대말 대구에서 편물 학원을 운영하며 여성경제인협회에서 활동하던 그는 기능올림픽 심사위원을 지냈다. 처음에는 취미삼아 남아도는 실로 손바닥만한 인형들에게 입힐 니트 옷을 짜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인형에 맞게 니트 옷을 뜨는,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집했다. 속옷도 꼼꼼하게 치수를 잰 뒤 뜨개를 하고, 깨알만한 단추와 구슬 목걸이는 정교하게 뀄다. 30여가지 색상의 실뭉치들이 그의 손 끝을 거치면 치마와 블라우스, 조끼, 드레스 등으로 탈바꿈했다.

“실이 0.5㎜나 될까요. 너무 가늘어 수천번, 수만번 뜨개를 해야 합니다. 손뜨개는 같은 디자인이라도 뜨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짜임이 너무 촘촘하고 빡빡하면 옷이 딱딱해지고, 느슨하면 올이 풀어지지요.”

서씨가 밀라노에서 ‘인형 패션쇼’를 갖게 된 데는 딸의 도움이 컸다. 주얼리아티스트인 맏딸 최우현씨(53)는 홍익대 금속공예과 석사과정을 마친 뒤 보석 명문학교인 피렌체 레아르띠오라페를 졸업했다. 밀라노와 도쿄, 두바이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해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를 기념해 개인전을 가졌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럽 디자이너들에게 어머니 서씨가 만든 한복 입은 인형들을 보여줬다. 그러자 밀라노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엘레오노라 스카무치가 서씨에게 ‘인형 패션쇼’를 제안했다.

서씨는 “‘인형 패션쇼’의 수익금은 국내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라며 “인형에게 입힐 니트 옷을 함께 짜고 싶다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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