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로 물든 미국.."동성결혼 합헌 결정은 미국의 승리"(종합)

입력 2015. 6. 27. 15:53 수정 2015. 6. 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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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평등 큰 진전 vs 대법관·공화당 등 보수파 강력 반발 백악관·샌프란시스코 등 기념 조명·유명인사 환영

자유·평등 큰 진전 vs 대법관·공화당 등 보수파 강력 반발

백악관·샌프란시스코 등 기념 조명·유명인사 환영

(워싱턴·샌프란시스코·댈러스=연합뉴스) 심인성 임화섭 장현구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리고 미국 전역에 동성결혼 허용한 26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은 성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지지하는 무지개색 물결로 뒤덮였다.

행정 수도인 워싱턴D.C.에 자리한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과 세계 동성애자의 수도 격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기뻐하는 동성애자와 성적 소수자 지지자의 환호성으로 크게 진동했다.

이날 밤 백악관도 외벽에 무지개색 조명을 밝혀 역사적인 판결을 축하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즉각 효력을 발휘함에 따라 그간 동성결혼 허가증을 발급하지 않은 미국 14개 주에 거주하던 동성 연인들은 당장 법원으로 달려가 서둘러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일부와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정치인 등 보수파들은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가 정치적인 판결로 퇴색했다'며 강하게 반발해 이 문제를 둘러싼 진보, 보수 간의 논란이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미국의 승리"라고 치켜세우고 "모든 미국인이 평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며 반색했다.

아울러 "느리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벼락처럼 다가오는 공정함으로 오늘처럼 보상받는 날이 있다"고 평했다.

◇동성애자·인권 단체 기쁨 만끽…새로운 민권 시대 개막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께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결정이 알려지자 연방대법원 청사 바깥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동성애자와 인권 단체 지지자들은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며 기쁨을 자축했다.

길게는 50년 가까이, 짧게는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을 뜨겁게 달군 동성결혼에 대해 '최후의 보루'인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리자 성적 소수자의 자유와 인권, 평등을 위해 싸워온 이들은 뜨겁게 포옹하고 눈물을 흘렸다.

역사적인 대법원의 판결을 기념하고자 청사를 배경으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지자들은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기쁨의 행진을 벌였고, 지나가던 시민은 경적을 울리며 축하를 건넸다.

CNN 방송으로 생중계된 전화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이자 이번 재판의 원고인 짐 오버게펠에게 "당신의 지도력이 미국을 바꿨다"고 축하와 경의를 동시에 표했고, 오버게펠은 "감격스러운 순간으로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등 공공건물과 역사적인 동성애자 밀집 지역인 카스트로 구역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는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걸렸다.

또 시청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수백 명의 시민은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트위터에서 "이제 사랑하는 동성 커플 모두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됐습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사랑이 승리하다'는 뜻의 '#LoveWins'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샌프란시스코 시 청사와 전쟁기념 오페라하우스 등 주요 공공건물은 리 시장의 지시에 따라 전날 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조명이 환하게 켜고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기대했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스톤월 인'에도 많은 동성애자가 모여들어 새 역사의 개막을 만끽했다.

게이바인 이곳에 1969년 경찰이 급습해 동성애자들을 범죄자 취급하자, 이에 맞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뒤 스톤월 인은 게이 해방 운동의 출발지로 자리매김했다.

스톤월 인을 운영하는 스테이시 렌츠는 "동성결혼은 결혼이 아닌 평등의 문제"라며 "뉴욕의 LGBT와 세계의 성적 소수자가 거둔 승리"라고 말했다.

유명인사들도 축하 대열에 가세했다.

TV토크쇼 진행자 엘런 드제너러스, 전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라틴팝 스타 리키 마틴, '반지의 제왕' 출연배우 이언 맥켈런 등 공개 동성애자들은 "사랑이 이겼다" "축하한다" "사랑은 언제나 이긴다" 등의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해 10월 동성애자임을 공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오늘은 평등과 인내, 사랑이 승리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첫 트윗을 올렸다.

이어 작고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발언 '세상을 바꿀 만큼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는 글을 다시 트위터에 올려 기쁨을 표현했다.

◇ 동성결혼 허가증 받으러 법원 쇄도

그간 동성결혼을 불허한 미국 14개 주의 동성 짝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후 동성결혼 허가증을 받으러 법원으로 즉각 달려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지만, 주 정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동거인 신분으로 지내던 게이와 레즈비언 쌍들은 지인과 가족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며 합법적인 동성 부부로서의 소중한 자유를 누렸다.

뉴욕타임스는 미시시피 주 힌즈카운티 법원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혼 허가서 신청 양식을 '신랑, 신부'에서 '신청자 1, 신청자 2'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NBC 방송은 1996년 갤럽 여론 조사에서 동성결혼 찬성 응답률이 27%에 불과했으나 최근 조사에서 60%로 급상승했다면서 다른 어떠한 사회 의제보다 미국민이 동성결혼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것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보수파 강력 반발 "종교 자유에 대한 공격"…대선 쟁점 부상 가능성

일부 기독교 신자와 이번 결정에 반대한 대법관, 공화당의 차기 대선 주자 등 보수파 인사들은 동성결혼 합헌 결정에 강하게 불만을 나타내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날 건강보험 개혁법(오바마케어)의 합법 판결을 이끌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승리를 안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은 '보수 본색'으로 돌아와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본 보편적인 정의는 역사적인 우연이 아닌 자연적인 필연에 의해 나온 것"이라면서 동성결혼 합헌 결정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동성결혼에 대한 민주적인 토론을 법리적인 의견이 빠진 상태로 대법원이 끝냈다면서 이번 결정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인도계 후손으로 공화당 차기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대법원의 판결은 동성결혼에 반대해 온 기독교인들의 종교 자유권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여론 조사 결과에 편의적으로 편승한 대법원의 결정은 수정헌법 10조에 명시된 주(州)의 권리를 짓밟았다"고 맹공했다.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사법 독재에 맞서 싸우자"면서 미국의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유력 경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종교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당의 신경외과 의사 출신 경선 주자 벤 카슨은 "이 판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제부터 미국의 법"이라는 말로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공화당 잠룡들이 일제히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 문제는 대선 이슈로까지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일찌감치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sims@yna.co.kr, solatido@yna.co.kr,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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