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경제전망에 국가부채만 늘어나

유엄식|정혜윤 기자|기자 2015. 6. 2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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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추경 급증세..전문가들 "저성장·저물가 기조 반영한 현실적 경제전망 필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정혜윤 기자] [세입추경 급증세…전문가들 "저성장·저물가 기조 반영한 현실적 경제전망 필요"]

정부가 올해 15조원 안팎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장미빛 경제전망이 더 큰 문제다. 경제전망 예측 실패에 따른 세수결손액이 상당하다.

◇ 세입추경액, 재해관련 추경 4배=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추경 예산 가운데 6조원 안팎은 세입결손을 보충하는 용도로 쓰일 전망이다. 추경액의 상당규모가 지난해 경제전망 오류에 따른 세수부족분을 채워넣는데 쓰인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은 세입추경에 부정적 입장이다. 그러나 세입추경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메르스 피해는 일시적으로 복구되더라도 지난해 4분기처럼 재정지출 공백에 따른 '경제 쇼크'가 재현될 우려가 있어 이번에도 결과적으로 '세입+세출' 패키지 추경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부 경제전망 오류에 따른 세입추경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 이후 단행된 16차례 추경예산 편성액은 총 111조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35.7%인 39조8000억원이 세입결손 보전용으로 사용됐다. 이는 같은기간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에 따른 추경편성 총액 10조40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특히 10조원대 이상 대규모 세입추경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4조원, 2차례 나눠서 집행),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1조2000억원)과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12조원) 세 차례였다. 문제는 2013년과 올해 추경이다. 두 차례 모두 정부의 경제전망 오차에 따른 세수결손 영향이 매우 컸다.

정부는 통상 경상성장률(GDP성장률+물가상승률)을 비롯해 환율, 유가 등을 종합 고려해서 세입을 전망한다. 그런데 이 전망과 실제 결과의 격차가 상당했다.

실제로 정부가 2013년 세입전망을 할 때 전제한 경상성장률은 6.8%(GDP 4%, 물가 2.7%)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4.2%(GDP 2.9%, 물가 1.3%)에 머물렀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난해 7월 예상한 올해 경상성장률은 6.3%(GDP 4.0%, 물가 2.3%)였으나 지난 25일 발표된 수정 경상성장률은 3.8%(GDP 3.1%, 물가 0.7%)에 불과하다.

경상성장률 전망이 실제와는 2.5%p 안팎이나 차이가 난 셈. 학계에서는 경상성장률 1%p에 세수 2조원 가량 차이가 난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이미 정부 예측 실패로 5조원 이상 세수공백이 생긴 것이다.

◇ 급변한 경제구조, 세입추계모형 개선 요구=지난해 세수결손액은 1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2012년 2조7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세수가 '펑크'가 났다. 이러다보니 정작 추경 실탄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세계잉여금, 한은잉여금 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나라 빚을 늘리는 국채발행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잉여금은 2009년 이후 약 12조원 가량 정부회계에 편입됐다. 그러나 대부분 세입 결손금을 충당하는데 쓰여 정작 추경에 쓰인 것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추경에는 약 6000억원 가량의 한은잉여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앞서 1998년~2003년 추경편성시 1조원 이상의 한은잉여금이 대부분 추경편성에 활용된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지속된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가 정부 세수추계모형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예산안 편성시 정부가 국회는 물론 각계 연구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경제전망을 근거로 세입전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예산정책처는 △저성장·저물가 구조 심화 △청년실업률 및 비정규직 증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가계소득 및 소비지출 감소 △FTA 등 무역자유화에 따른 실효관세율 하락 등 사회경제적 변화요인을 세입기반 변수에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 세수추계모형 변수를 조정하고 있지만 불확실한 경제 탓에 역부족인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3년 세수부족 사태이후 매년 추계모형을 개량하고 있지만 워낙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동성이 심하다"며 "내수 성장의존도가 높아졌고 세입기반이 양성화돼 국세탄성치(국세수입증가율/명목성장률)가 많이 떨어진 것도 세입전망이 어려워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경제전망의 현실성을 높여야 대규모 국채발행에 따른 국가 빚 증가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말과 이번 경제전망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정부가 저성장·저물가 기조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디플레이션 국면을 인정하고 향후 세입전망에 현실적인 경상성장률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현상에 정무적 판단이 지나치게 고려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정부가 무리하게 3% 성장률 목표를 유지하고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며 "국채발행을 통한 세입추경은 최소화 해야된다"고 말했다.

한편 5월 말 기준 정부가 추경 등의 사유로 발행한 국채발행 잔액은 532조8000억원에 이른다. 평균 이율을 고려해도 관련 이자만 연간 10조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엄식 기자 usyoo@,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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