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難民에 관심 없는 건가요

이슬비 기자 입력 2015. 6. 20. 03:00 수정 2015. 6. 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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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헤베커] "세계 난민 6000만명.. 갈수록 늘어.. 까다로운 한국 심사 절차 개선돼야 이케아·유니클로도 꾸준히 지원.. '미래의 소비자' 향해 투자해두길"

"한국에는 1173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난민이 있다는 걸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죠.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 중에서도 난민에 관심을 가진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더크 헤베커(Hebecker·53) 대표는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하루 앞두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난민에 대한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헤베커 대표는 "난민 수가 2차대전 이후 최대치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난민(難民)'의 정의는 '인종·종교·국적·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탈출한 외국인'이다.

유엔난민기구가 18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지구촌 난민은 무려 60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남한) 인구보다 많고, 영국이나 이탈리아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헤베커 대표는 "최근 5년간 시리아와 남수단 같은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발생했지만 아직 대부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난민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의 비극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근래 종교 탄압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동남아의 '로힝야족'을 꼽았다. 이들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이다. 로힝야족은 최근 미얀마 불교도들의 박해와 미얀마 정부의 냉대 속에 인근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 정착할 목적으로 대거 고향을 등지고 있다. 그러나 잇따라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동남아 해상을 떠도는 '21세기판 보트피플'로 전락했다.

독일 출신인 헤베커는 2013년 4월 한국대표부 대표로 오기 직전까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지역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로힝야 사태 해결을 위해 몰두했었다. 그는 "2012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과 불교도 사이에 발생한 분쟁으로 로힝야족 난민이 더욱 늘었다"면서 "주변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다들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난민 정책에 대해서 헤베커 대표는 "한국에는 '난민법'이 있으니 선진적인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까다로운 난민 심사 등의 규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2001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해 2년 전인 2013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 온 난민 신청자는 2010년에만 해도 423명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2000명을 넘겼다. 그러나 난민으로 정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1년쯤 걸리는 법무부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작년에는 94명만 인정받았을 정도로 절차가 까다롭다.

헤베커는 "한국의 인기 배우인 정우성씨가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한국인이 늘어났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앞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가구 업체 '이케아'와 일본의 의류 업체 '유니클로' 같은 회사들도 꾸준하게 난민들을 돕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난민 배출국들이 지금은 내전 등으로 국가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평화가 찾아오면 재건을 위해 해외 기업들을 찾을 것이니 '난민은 곧 미래의 소비자'라는 시각에서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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