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으로 간 고아성

입력 2015. 6. 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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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피스>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던 날, 칸에서 고아성을 만났다. 이틀 밤 새워 드라마 촬영을 하고, 꼬박 하루 걸려 이곳에 도착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가장 빛나는 순간의 고아성을 봤다.

아름다운 칸의 바다에서 만난 배우 고아성.드레스 가격미정 샤넬 파리-잘츠부르크 컬렉션. 라피아 해트 에디터 소장품.

칸은 6년 만이죠? <여행자>로 왔던 6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는 뭐예요?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이번이 두 번째라는 거 말고는요.  그게 다예요? 그때와 비교하면 주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출국 사진이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오른 것부터요. 속물 같은 말이지만, 여기 샤넬 쇼룸에 와서 드레스를 고를 수 있는 여배우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그런 주변 상황의 변화보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다르긴 해요. 칸에 처음 왔을 때 혼자 다녔던 곳을 다시 가봤거든요.다시 가보니 어땠어요?지나온 시간을 곱씹으면서 그리워했던 시간의 완성이랄까, 성취감 같은 걸 느꼈어요. <설국열차>를 찍을 때 지냈던 프라하의 아파트에 여행차 다시 간 적이 있는데요, 당시 거기 있는 액자 뒤에 적어놓은 일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보는 쾌감이란! 저한테는 예전에 갔던 장소를 다시 가보는 게 일종의 식욕 같은, 기본적인 욕구인가 봐요.

호텔 룸 테라스에서 맞이한 첫날 아침.터틀넥 스웨터 가격미정 샤넬 파리-잘츠부르크 컬렉션. 파자마 쇼츠 5만3천원 멜트.우리가 <설국열차> 개봉을 앞두고 만난 게 딱 2년 전이에요. 그 후 <우아한 거짓말> 개봉 당시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연기할 자신이 없어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상황으로 예를 든 게 하필 ‘출산’이었고요. 그때 이미 제 무의식 속엔 출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필 출산이란 단어를 내뱉고, 출산이 키워드인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를 선택했겠죠. 요즘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의식과 무의식의 연관성’이에요. 홍상수 감독님 영향이죠.

카페가 즐비한 거리에서 여유롭게 햇빛 즐기기.니트 베스트, 쇼츠, 뱅글 모두 가격미정 샤넬 파리-잘츠부르크 컬렉션. 크로스 백 가격미정 샤넬. 크롭 톱 에디터 소장품.

의식과 무의식의, 뭐요?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고 한 번 거절했던 <우아한 거짓말>에 출연하기로 한 것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제가 유난히 ‘아줌마’란 대상에 연민을 느끼고 끌리긴 해요. <시>나 <마더>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임신부 역시 특별한 존재로 느껴져요. <설국열차> 때 앨리슨 필(교사 역)이 임신부였잖아요? 그거 제가 낸 아이디어였어요. 잘못 세뇌당한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심지어 배 속에 아이도 있다니, 이 얼마나 희망 없는 미래예요? 그런 식으로 임신부란 역할을 작품 안에서 특별한 장치로 인식했는데, 제가 그걸 하게 됐으니 정말 재미있는 거죠. 처음에 ‘서봄’ 역할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엄청 말렸어요. 근데 그런 우려를 깨고 나니까 또 한 번 카타르시스가 오더라고요.    

코스모 카메라를 향해 카메라를 든 그녀.블라우스, 팬츠, 초커, 뱅글, 부츠 모두 가격미정 샤넬 파리-잘츠부르크 컬렉션. 브라톱, 양말 에디터 소장품.

아, 이번 칸영화제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가 올해 심사위원인 자비에 돌란 보는 거였잖아요? 전 어제 그가 해변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봤어요.  저도 포토콜 행사 가다가 봤거든요? 하하. 제가 작년에 본 최고의 영화가 <마미>였어요. 다섯 번은 봤을 거예요. 영화를 보는데 ‘대체 저 배우들은 어떤 디렉션을 받았기에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못 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들끼리 보러 간 적도 있는데, 다들 너무 부럽다고, 분하다고 막 그랬어요.

Feature Editor 김가혜 Photographs by Hwang Hye Jeong Fashion Editor 김자혜 Hair 율하(제니하우스 청담) Makeup 임미현(제니하우스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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