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語 공용화' 꺼지지 않은 불씨

김리안기자 2015. 6.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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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 국가 300만명이 대화 가능 각국 사용자에 '여행 편의'제공도 영어가 지배하는 세계질서에 맞서

"리 샤타스 살티 엔 라 나제조 폴 프레니 라 필콘(Li satas salti en la nagejo por preni la pilkon·개가 볼을 잡으려고 뛰어올랐어요)."

어느 나라 언어인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눈치를 챘다면 낭만 가득한 대학 시절을 보낸 40대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대계 폴란드인 자멘호프가 1887년 개발, 공표한 국제 보조어 '에스페란토(esperanto)'말이기 때문이다. 에스페란토는 1900년대 초 일제강점 시절 애국독립운동의 일환으로 한국에 유입돼 80년대 대학가를 풍미했던 언어이기도 하다. 그런 에스페란토가 글로벌시대의 공용언어로 되살아날 조짐이다.

13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애리조나주에서 아버지 그레그 케이의 영향으로 에스페란토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10세 소년 린킨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NPR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어학 서비스 듀오링고에서 조만간 에스페란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에스페란토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전 세계1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에스페란토로 웬만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일본과 브라질 등 120여 개 국가에서 300만 명에 달한다.

NPR는 특히 에스페란토가 유대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던 점을 들어 유럽에 가장 많은 에스페란토 추종자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20대 후반 일본에서 에스페란토를 처음 접한 그레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해외를 다닐 때 언어 장벽이 정말 심각한 문제로 많은 오해를 빚어낸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에스페란토를 공부한 그는 세계 각국의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 다른 나라의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집에 묵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 '파스포르타 세르보(Pasporta Servo)'를 통해 한국과 일본 등을 여행했던 경험을 전했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험프리 톤킨(영어영문학) 하트포드대 교수는 "사람들은 에스페란토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그 결과 우리는 문화적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국제 환경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의 공용화에도 불구하고 에스페란토가 계속해서 꽃 피우고 있는 이유에 대해 "덜 고급스러운(low prestige)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에스페란토는 더욱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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