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스타' 아닌 '진짜 배우' 키워야죠"

박태해 2015. 6.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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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청소년 적성 발굴 프로젝트 이끄는 TH액팅아카데미 김영봉 예술감독
김영봉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은 "배우의 꿈 프로젝트는 배우를 꿈꾸는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들이 배우로서 첫발을 잘 내딛도록 공연예술인들이 재능기부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이제원 기자

지난 12일 밤 서울 강동구 둔춘동 TH액팅아카데미 연습실. 청소년 20여명이 연기 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그룹으로 모여 대사를 외우고 춤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오후 7시 시작한 연습은 10시를 훌쩍 넘겨 계속됐지만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연기 지망생들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이들은 공연예술 교육기관인 TH액팅아카데미가 끼가 있는 청소년을 발굴해 배우의 꿈을 실현해 주기 위해 마련한 '배우의 꿈' 오디션에 통과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연기 연습을 거쳐 8월27일부터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시집가는 날'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지원되며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공연 후에도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장학금도 지원된다.

한국 공연계를 이끌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작업을 맡은 이가 김영봉(50)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이다. 국립극장에서 20년간 무대감독과 제작자로 활동해온 김 감독이 지난해 제대로 된 청소년 배우 육성을 위해 기획한 것이 청소년 적성찾기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배우의 꿈 프로젝트'다.

이날 김 감독을 만나 배우의 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를 들어봤다.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이 연극영화과 입시의 치열한 관문을 통과하거나 막연히 기획사의 문을 두드리는 것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청소년 연기교육의 대안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무작정 스타의 꿈을 좇아 서툴고 조급하게 연기를 배우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연기자로서의 기본적인 가치관과 인성 등을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배우의 꿈 프로젝트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을 선발해 전문배우들에게 연기, 안무, 보컬 등을 배우는 전문수업 과정을 이수케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직접 무대에 서는 경험을 갖고 연기자로서의 적성과 꿈을 발견케 한다는 취지다.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학생인 만큼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저녁시간에만 연습을 한다. 그래서 학부모들도 좋아한다.

김 감독은 "참가 학생들은 3개월 동안 트레이닝과 연습을 학업과 병행하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공연기획과 제작 전반을 경험하면서 재능을 키울 수 있다"며 "청소년들의 공연을 이끌어주는 스태프와 멘토들은 모두 프로젝트의 뜻에 공감한 예술인들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 외에도 영화배우 서재경, 이영택 명지전문대 연극영화과 교수,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 등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이들에게 화술, 발성연습, 보컬트레이닝, 신체트레이닝과 연기·무용·노래를 일일이 가르친다.

이 프로그램에는 청소년 적성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가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 상임대표인 강지원 변호사는 공연 때 늘 함께하며 멘토로 활동한다. 강 변호사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획일적인 '붕어빵 교육'에 매몰된 우리 현실에서 배우의 꿈 프로젝트는 청소년이 타고난 적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기획"이라고 말했다.

8월 공연하는 '시집가는 날'은 배우의 꿈 프로젝트 세 번째 작품이다. 김 감독은 "학생들이 연기하는 작품은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택 경사'를 원작으로 하는 고전 명작으로 국립극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국내 작가의 명작을 공연화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연기를 하면서 우리 고전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밤의 꿈' 1기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2월 2기 공연인 '헬로돌리'를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배우의 꿈 프로젝트는 이제 공연예술계에서 주목받는 행사가 됐다.

김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며 "수많은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스타는 반짝하다가 사라진다. 아이들이 공연 하나만으로 스타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의 첫발을 잘 내딛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동국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영화배우 한석규와 1년 선배인 최민식의 얘기를 자주 한다. 학창시절 지켜 본 두 배우는 치열하게 연습했고, 첫 단추부터 하나하나 잘 끼워 오늘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들처럼 기본부터 잘 배워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김 감독은 "배우의 꿈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학생들이 머지않아 연극과 영화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뿌듯해진다"며 "학생들이 여름 무더위를 이겨가며 3개월간 연습한 '시집가는 날' 공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 달라"고 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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