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은 왜 '닭살' 돋게 말할까

김창엽 2015. 6. 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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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이야기 66] 유아 돌보는 엄마 특유의 발음과 억양 흉내 낸 탓

[오마이뉴스 김창엽 기자]

"내가 조아하는 곤논은 치아노~짜우쓰, 치아노~짜우쓰."

충남 공주에 사는 노부부가 강원도 춘천에 사는 막내 아들이 보내준 동영상을 본다. 동영상 속에서는 올해 4살인 손녀가 율동을 하며 '치아노짜우쓰' 노래를 부른다.

"아이구~ 우리 이쁜 윤지, 근데 윤지가 뭐라고 하는 거냐? 노랫말을 전혀 못 알아듣겠네."

할머니가 같이 동영상을 보는 큰 아들에게 묻는다. "어머니, 윤지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라고 하는 거예요." 큰 아들이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여주며, 조카의 노랫말을 어머니에게 해설해 준다.

"아하 그 말이구나.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도 저렇게 부르니까 더 예쁘다. 안 그러우?" 할머니가 옆에서 같이 동영상을 본 할아버지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러네, 우리 윤지가 아니더라도 늙어서 그런지 아가들 말은 다 이쁜 거 같어, 허허허." 할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아빠들은 왜 엄마들처럼 얘기하지 않을까?

유아들은 생김새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말하는 모습이며 말소리 자체가 보통은 귀엽게 들린다. 어린아이들의 예쁜 말소리며 말투는 발성기관과 언어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유아들의 귀여운 말투는 전적으로 심신의 미숙에서만 기인됐다고 할 수 없다. 어른들, 그 가운데서도 부모, 특히 엄마의 역할도 상당한 몫을 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젖먹이 혹은 유아와 '대화'를 나눌 때 독특한 억양의 말투를 사용한다.

젖먹이나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말투는 음높이가 대체로 높고, 또 음높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또 발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똑 부러지게 발음하고, 단어를 축약하거나 짧은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아기를 가진 엄마들의 언어 중추가 미혼 여성이나 나이든 여성과는 다른 패턴으로 활성화된 것은 아이와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그렇다면 남성, 특히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은 어떨까? 아빠들은 엄마들에 비해 젖먹이나 유아와 소통에 일반적으로 애를 먹는다. 아이들이 잘 알아 듣도록 말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아이들이 하는 말도 엄마보다는 잘 알아듣지 못하는 편이다.

그럼, 아빠들은 왜 엄마에 비해 아가들과 대화능력이 '일견' 떨어지는 걸까? 일견 진화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빠도 엄마와 같은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와 관련, 아빠들이 엄마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베이비 토크' 스타일을 유지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대두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아빠들이 대체로 음높이가 높지 않은 등 엄마에 비해 보다 어른 식의 말투로 유아들과 대화하는 건, 궁극적으로 유아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유아들이 커서 학교에 가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쓰게 될 말투에 대해 훈련을 시키는 역할을 아빠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빠도 어린 자녀의 언어 능력 발달에 나름의 공헌은 하고 있지만, 엄마의 말투가 더 사랑을 품은 듯 들리는 것은 물론이다. 20, 30대 혹은 50, 60대의 연인 혹은 부부들이 서로에게 닭살 돋는 듯한, 예를 들자면 "자기 밥 먹었쩌~" 하는 등의 말투를 구사할 때가 있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유아식 말투와 표현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커플의 모습.
ⓒ sxc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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