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다 K' 송신영, 느린 커브에 울다

2015. 5.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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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김태우 기자] 빠른 공과 구속 차이가 가장 큰 변화구인 커브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좋은 무기다. "이론적으로 투수는 빠른 공과 커브만 있으면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넥센 베테랑 투수 송신영(38)도 커브를 잘 던졌다. 하지만 딱 하나의 실투가 승리투수 요건을 앗아갔다.

올 시즌 선발로 전업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회춘투'를 선보이고 있는 송신영은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최종 기록은 4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2실점. 4이닝 소화이긴 했지만 사실 투구내용은 기록에 비해 더 좋았다. 현란한 변화구로 SK 타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탈삼진만 무려 8개였다. 이날 송신영의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2㎞로 그리 빠르지 않았다. 최저 구속은 133㎞였다. 하지만 베테랑 투수는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노련한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였다. 빠른 공을 30개 던진 것에 비해 변화구는 무려 67개였다. 슬라이더를 22개, 포크볼을 20개 던졌는데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은 커브였다. 25개를 던졌다.

이 느린 커브는 SK 타자들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커브를 예상하지 못해 서서 당하는 경우, 그리고 타이밍을 맞히지 못해 헛스윙을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다른 변화구와 훌륭한 조합을 이뤘다. 커브로 잡은 직접적인 삼진은 2개였지만 사전에 던진 커브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거나 상대의 호흡을 뺏는 톡톡한 효자 몫을 했다.

그런데 딱 하나의 실투가 있었다. 1-0으로 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는 최근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이었다. 송신영은 초구로 느린 커브를 선택했다. 그것도 아주 느린 슬로 커브였다. 구속은 89㎞였다. 초구에 89㎞짜리 커브가 들어올 것이라 예상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실제 20승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정민태는 이런 커브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느린 것이 문제였다. 브라운은 송신영의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움찔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까닭이었다. 다른 타자였다면 타격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브라운은 재빨리 움직였다. 다시 타이밍을 맞춘 뒤 송신영의 커브를 정확하게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솔로포로 균형을 맞췄다.

너무 느렸던 커브는 순간적으로 대처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브라운은 이 커브를 마치 배팅볼치듯이 받아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느린 커브의 단점도 여실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날 8개의 탈삼진을 기록,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경기를 만들어낸 송신영은 결국 5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해 시즌 5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투구 내용에 비하면 결과와 이닝소화가 아쉬웠던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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