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 책임자들은 ISD 소송에서 손 떼라"

입력 2015. 5. 30. 15:40 수정 2015. 5.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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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국제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

▶ 미국계 사모투자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손해를 봤다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국제투자분쟁중재회부)의 1차 심리가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끝났다. 론스타의 손해배상 요구액은 5조1천억원에 달한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아이에스디의 위험성을 경고한 송기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을 <한겨레>가 만났다.

"론스타의 아이에스디(ISD, 투자자-국가 간 소송) 제소는 예고된 재앙이고, 재앙을 자초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호(52) 변호사는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한겨레>와 만나 "정부는 2003년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고,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 때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에 대한 혜택 부인 조항을 채택하지 않았으며, 아이에스디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했다"며 "론스타 제소는 정부의 무능이 빚은 예고된 재앙"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그동안 국제통상 전문가로서 "아이에스디는 국제금융자본이 투자 리스크(위험)를 현지 정부에 전가하기 위한 무기"라고 위험성을 지적해왔는데, 결국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관련 적법한 투자자가 아니었고, 국내에서 이미 세금 관련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아이에스디에 제소할 자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열리는 재판이라면 론스타가 이길 확률은 제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론스타 소송과 관련해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론스타의 부적합한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된 금융관료들이 소송을 주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우려했다. 또 송 변호사는 론스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아이에스디 적용을 아예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이 한국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 관련) 독자적인 개방 모델을 정립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기존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고향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전남지역 정책실장을 지냈다. 이후 농민운동을 접고 잠시 은행원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 바로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돈벌이보다 쌀시장 개방, 쇠고기시장 개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통상 문제와 관련된 공익적 일에 주력하고 있다.

론스타는 아이에스디 제소 자격 문제 있다

-론스타가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에 근거해 제기한 아이에스디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외국인 투자자와 국가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국제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 국제중재회부제(편의상 소송이라고 표현)라 부르는데 1987년에 처음 도입됐다. 각 나라의 관할을 넘어서는 초헌법적 국제투자법으로, 외국 투자자들이 국가의 공공정책까지 제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언론에서는 론스타의 손해배상 요구액이 46억7900만달러(5조1000억원 상당)라고 보도하는데, 정확한 것인가?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요구액이나 산출 근거는 아무도 모른다. 5조원이란 수치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법무부를 상대로 질의하는 과정에서 파악된 것이다. 민변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론스타의 소송 이유는 외환은행 매각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국세청이 매각차익에 부과한 세금 8500억원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세금 관련해서는 론스타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외환은행, 극동건설 등의 매각차익 관련 세금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다수 진행중인데?

"론스타는 이들 세금 소송에서 대부분 졌고, 일부만 이겼다.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사안도 있다. 대법원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역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투자하면 협정의 이중과세 방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세금을 물리는 실질과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론스타가 (한국 투자에 이용한) 벨기에 자회사는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실제 소유자인 론스타를 상대로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국세청이 외국 페이퍼컴퍼니와 관련해 부과하는 세금은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 만약 론스타가 승소해 대법원의 실질과세 원칙이 무너지면, 앞으로 이 세금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아이에스디 결과에 따라 사법주권과 실질과세 원칙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도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론스타가 아이에스디 제소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제8조)을 보면 투자자(론스타)는 투자국가(한국) 내 구제조처(소송)와 아이에스디 중에서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조세 소송을 낸 론스타와 아이에스디를 제기한 벨기에 소재 페이퍼컴퍼니는 사실상 한 몸이기 때문에, 론스타는 아이에스디 제소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중재재판부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아이에스디 제소를 하는 우회 수법을 허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

-론스타의 두번째 제소 이유는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따른 손실이다. 2006년 이후 국민은행이나 에이치에스비시(HSBC)에 6조원 정도에 팔려고 했는데, 한국 금융당국이 승인을 안 해줘 무산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아이에스디 판례를 보면 투자국 법령을 위반한 투자자는 보호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예를 들어 과거 독일 회사가 필리핀 아키노공항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아이에스디에 제소했는데 기각됐다. 필리핀 국내법상 외국인은 공항시설의 지분을 49% 이상 가질 수 없는데, 현지인을 내세워 몰래 60%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론스타 역시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적법한 투자자가 아니었으므로 제소 자격이 없다. 더구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2조1549억원에 인수하고, 2012년 하나은행에 4조원에 팔아, 배당금까지 포함해 4조6600억원의 차익을 거두었다. 하지만 론스타는 처음 인수 때부터 국내법상 은행을 보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수 뒤에도 일본에 산업자본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져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음이 재차 드러났다. 또 인수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이 드러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정부 비밀주의 고수하면 특별법 제정 검토를

-한국 금융당국은 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승인을 내줬다. 또 이후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금융당국에 책임을 미룰 가능성은?

"론스타의 부적법한 인수 과정에 금융당국이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변수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불법행위를 유인하거나 방조했다면 론스타가 부적격 투자자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불공정한 수사와 정치적 재판에 희생됐다고 주장한다.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에 있는 '공정공평 조항'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열리는 재판이라면 론스타가 이길 확률은 제로다."

-애초 2006년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을 개정할 때 페이퍼컴퍼니에 대해서는 아이에스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혜택 부인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당시에 그 조항이 포함됐다면 론스타의 제소는 불가능했다. 협정 개정 때 론스타가 벨기에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투자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도, 정부는 간과했다."

-아이에스디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독소조항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한국 기업도 국외투자가 많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시했다.

"아이에스디는 1960년대 후반 이후 300여건이 제기됐는데, 남미 외환위기나 국제금융위기, 유럽 국가채무 위기 등 경제위기 때 현지 국가 정책의 수정으로 국제금융자본이 투자 위험에 직면한 경우 적극 활용됐다. 아이에스디는 국제금융자본이 투자 리스크를 현지 정부에 전가하고 자유롭게 이익 실현을 하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무기다. 물론 한국 기업도 국외투자 관련 아이에스디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2007~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2006년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 때 (아무런 제약 없이) 포괄적으로 동의했다. 자유무역협정에서는 한국이 아이에스디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역 관련 보복을 당할 수 있다. 더욱이 아이에스디는 통상적인 소송과 달리 단심제다."

-결국 론스타 제소는 예고된 재앙인 셈인가?

"맞다. 정부의 무능이 초래한 재앙이다."

-정부가 론스타 소송 관련 내용을 일체 비밀에 부치는 이유는?

"민변의 중재위 참관 요청도 론스타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했다. 정부 태도를 보면 소송이 끝나도 판결문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처럼 비공개 비밀주의를 일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론스타의 부적합한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된 금융관료들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인가 묻고 싶다. 론스타 사태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소송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소송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론스타가 처음 외환은행을 살 때 은행제도과장을 지냈고, 론스타가 나갈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도장을 찍어줬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은 론스타 인수 당시 청와대 행정관 자격으로 청와대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참석한 장본인이다.)

-소송에 보안이 필요해도 정부가 국회에까지 비밀로 하는 것은 이상하다. 적당히 제한된 범위를 정해 국회에 보고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도 비공개로 하는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투자보호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 투명성 조항을 넣어 소송 참관을 허용하고 서면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는 아이에스디와 관련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론스타 제소의 근거가 되는 한-벨기에 투자보호협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민변은 오는 6월 2차 심문에 다시 참관을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가 계속 비밀주의를 고수한다면, 국회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

-소송을 전망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문제는 국제재판부 구성이다. 3명의 중재인은 제3국인이 맡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영국인, 프랑스인, 미국인이 한 명씩이다. 소송을 제기한 론스타의 페이퍼컴퍼니가 벨기에에 있다는 이유로 미국인을 넣은 것은 론스타가 미국 펀드라는 점에서 말이 안 된다. 또 론스타 펀드 중에는 영국령인 버뮤다에 있는 것도 있다. 중재인 구성이 협약 취지에 어긋난다."

무기력하게 지면 후속 소송 줄 이을 것

-일부 언론은 내년 상반기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예상은 어렵다. 소송은 1단계로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관할권을 살핀 뒤, 2단계로 한국 정부가 론스타 주장대로 '공정공평 대우 원칙'을 위배했는지 따지고, 마지막 3단계로 론스타의 주장이 맞는다면 손해액을 산정하는 순서로 진행하는데, 이제 1, 2단계가 진행중이다."

-판정 대신 조정으로 끝날 가능성은?

"쌍방이 합의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국민들에게 (한 점 의혹 없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1차 심리가 끝난 뒤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일부 보수언론에서도 론스타는 쿨하게 보내주자는 논리를 펴고 있어 우려된다."

-론스타 제소를 계기로 유사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은?

"만약에 한국 정부가 무기력하게 지면 후속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 국제석유투자공사의 네덜란드 자회사 하노칼과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이 정부를 상대로 제소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소송 대책과 별개로, 아이에스디 관련한 후속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세계 각국은 아이에스디 관련 독자적인 정책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토지 수용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브라질은 아예 아이에스디를 배제한다. 우리나라도 우리 현실에 맞는 개방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는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분야는 아이에스디를 적용받지 않거나 아예 배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존 협정도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국제경제 질서의 규칙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각축하는데, 무방비로 있어선 안 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처가 필요한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매각 과정에 관한 여러 의혹들을 국회가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제금융자본에 또다시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만약 론스타에 일부라도 배상을 한다면 국가에 손해를 끼친 공무원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1995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설립된 사모투자펀드. 사모투자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내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펀드다. 론스타 누리집을 보면 펀드는 총 600억달러에 이르는 15개의 개별펀드로 구성돼 있고, 투자자는 기업, 연기금, 국부펀드, 대학재단, 개인투자자들을 포함하며, 투자 대상은 전세계 부동산, 주식, 채권, 기타 금융자산이다. 1997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과 일본에 집중 투자를 했다. 외환은행 외에도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 에스케이씨 여의도 사옥, 현대산업개발의 역삼동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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