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지하철에 돗자리 깔고 노는 아이들..'자녀 교육' 안녕하십니까?

임상범 기자 2015. 5. 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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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곳이 어디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아이들이 뒹굴며 노는 이곳엔 매트가 깔려 있고 군데군데 안전 철봉까지 눈에 띕니다. 아하~ 감 잡았어! 백화점 놀이방이나 요즘 유행하는 키즈 카페를 연상하셨다고요? 모두 틀리셨습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중국 자랑하는 국제 도시 상하이의 지하철 11호선 전동차 안입니다. 물론 운행 중이죠.

얼핏 매트리스 같아 보이던 물건은 야외 나들이용 돗자리였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이들을 꾸중하셨을까요? 절대 아니죠. 돗자리를 깔아주셨고 마구 벗어 놓은 신발이 나뒹구는 전동차 안에서 열심히 인증샷을 찍어줬습니다. 다행히 러시아워 때가 아니었던지 아니면 아이들이 장악한 이곳을 피해 다른 칸으로 옮겨 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진에는 다른 이용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중도덕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같은 광경들이 사실 중국에서는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보물 같은 자식들을 '소황제'로 키워 내고 있는 지각없는 부모들 때문입니다. 나름 소신을 갖고 아이들의 부모에게 자식교육과 공중도덕에 대해 어설픈 충고라도 건넸다간 대판 싸움판이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도로 위에서 성미급한 운전자들 사이에 자주 일어나는 육탄전 못지않게 남의 집 자식 교육에 관한 언급은 싸움을 부르는 지름길입니다. 다들 중국 사회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막상 금쪽같은 내 자식에 대해 누가 뭐라고 지적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게 중국 부모들의 현 주소입니다. 30년 넘게 지속되어 온 1자녀 정책의 후유증과 자본주의의 그늘인 금전만능주의, 이기주의가 묘하게 버무려진 결과물입니다. '4+2+1', 즉 양가 조부모 네 분에, 부모 두 사람이 아니 하나만 바라보는 가족 구조 하에서 집집마다 모셔지는 소황제들은 미래의 '민폐 덩어리', '갑질 종결자'로 키워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중국 부모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들 상관 마. 너만 괜찮으면 돼. 아빠 엄마가 다 책임질게.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하나뿐인 소황제들에게 안락한 미래를 보장해 줄 길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성 뭐 그런 것들이 아니라 바로 공부 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학벌 만능주의 빠진 부모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아이들의 학습과 성적에 '올인'하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중국 인터넷에 올라 온 재미있는 표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하여 '중국 미국 자녀 교육 비교표'입니다. 자녀의 성장 단계별 가정 교육 내용이 요약돼 있습니다. 왼쪽이 중국이고 오른쪽이 미국입니다.

먼저, 옹알이에서 겨우 벗어나기도 바쁜 9개월부터 24개월까지 아기들에게 중국 가정에서는 글자를 가르치는 반면 미국 부모들은 기저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기를 가르칩니다. 2세부터 3세 아이에게 중국 가정에서는 당나라 시를 암기하도록 시키지만 미국에서는 쓰리게 버리기와 장난감 정리하기를 집중 교육시킵니다. 3세에서 5세까지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미술과 음악 등 예능 사교육을 시작하는 반면 미국 가정에서는 혼자 이닦기, 꽃에 물주기, 애완동물 놀아주기, 혼자 침대 정리하기 같은 소소한 집안 일들에 참여시킵니다.

6세 이후로 중국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해 성적의 노예의 길로 접어드는 반면 미국 아이들은 여전히 집안 청소하기, 혼자서 음식 만들어 먹기 같은 독립적인 인격체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중국의 모습이나 우리나라의 모습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놀랍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사뭇 다른 자녀 교육 방식의 차이가 훗날 그 사회의 모습과 발전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남보다 공부만 잘하면 남이야 어떻게 되는 적어도 나는 잘 살 수 있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갈 그 나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6월 1일은 중국의 '아동절'입니다. 우리의 어린이날입니다. 우리는 공휴일이라 모처럼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중국의 '아동절'은 휴일이 아닙니다. 중국인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친구 대답이 걸작입니다. "이 나라 아이들한테는 매일 매일이 황궁 생활인데 무슨 또 다른 휴일이 필요해?" 그러더니 혀를 차며 한 마디 덧붙입니다. "아동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가정 교육의 날이 필요해!" 한 사람의 부모로서 저도 왠지 움찔하더군요.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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