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메르스 환자 10일만에 13명..초기 대응 완전 실패(종합)

임솔 기자 2015. 5.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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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첫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68·남)가 발생한 이후 10일만에 무려 13명으로 늘었다. 모두 첫번째 발생한 환자에 의해 전염된 사례지만, 같은 병실에 입원하지 않은 환자 감염으로 3차 감염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첫 번째 환자가 처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11일이다. 이 환자는 20일까지 병원 4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첫 번째 받은 곳은 충남 A의원으로 12~14일 고열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인근의 경기 B종합병원으로 옮겼다. B병원에서는 15~17일까지 2인실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후 17일 서울의 C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D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거쳐 18~20일 입원했다.

이 환자는 D병원에서 19일 메르스 의심이 신고됐고 20일 확진을 받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옮겨졌다. 이날 곧바로 첫 번째 환자의 아내(63)가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밀접접촉자 64명을 파악하고 집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실시했다. 다음날 21일에는 첫번째 환자와 같은 2인실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의 감염으로 세 번째 환자(76·남)가 생겼다.

B병원에서 첫번째 환자와 15~17일 사이 접촉했던 이들이 잠복기인 10일 전후를 지난 이후 쏟아져 나왔다. 26일 첫번째 환자와 세번째 환자가 함께 입원했던 2인실 병실에서 4시간동안 체류했던 세 번째 환자의 딸(46)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인 27일 C의원에서 진료를 한 의사(50·남)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8일에는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이 아닌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가 6번째 환자(71·남)로 확인됐다. 6번째 환자는 공기 접촉으로 인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한 사례다. 이날 B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한 간호사(28·여)가 확진 판정을 받고 A의원에서 진료에 참여한 의료진(30·여)는 8번째 환자가 됐다.

9~12번째 환자 5명은 29일 동시에 나왔다. B병원에 같이 입원했던 환자(56·남)가 9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번째 환자는 3번째 환자의 아들이자 4번째 환자의 남동생이다. 10번째 환자는 발열 증상으로 두차례 진료를 받은 상황에서도 26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중국 보건당국까지 비상상황으로 만들었다.

11번째 환자는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79·여)다. 12번째 역시 같은 병동 입원환자(49·여)로 공기 접촉이나 다른 감염자로 인한 3차 감염의 우려마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30일에는 12번째 환자의 남편인 13번째 환자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중앙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고 업무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이날 자가격리 대상자를 60여명에서 127명으로 늘렸다. 또 10번째 환자의 비행기 탑승객 전원을 확인하고 인접접촉자로 추정되는 비행기 좌석 3열 이내의 승객과 승무원 26명을 자가 또는 시설격리하도록 조치했다.

◆인접접촉자 위험…의심환자 추적 '구멍'

감염학계에 따르면 메르스는 의심환자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다음 환자 가족과 의료진 감염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는 원인 불명의 급성 호흡기 질환자를 돌본 의료진과 발병 14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 환자와 2m 이내 밀접접촉을 한 사람, 확진 환자를 돌본 의료진 또는 가족 등은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환자와 접촉자로 확인된 이들이 100% 감시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복지부는 28일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격리 대상자를 2배 가량 늘렸지만, 그 사이 이미 의심환자의 구멍이 생겼다. 6번째 환자는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닌 상황에서 고열로 진료를 받은 다음 메르스 확진을 받기도 했다.

또 밀접접촉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집에서 자가격리를 실시하지만 완전히 통제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국은 같이 밥을 먹는 등 집단생활 문화로 자가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족 등 감염 우려가 있다"며 "병원에서도 주로 다인실을 쓰고 있어 지금처럼 미국과 유럽의 자가격리지침을 따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중동을 포함한 해외 지역을 방문하고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심환자와 접촉해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무조건 보건당국과 병원에 정확한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고령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메르스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중동 지역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의료진은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할 때 특수마스크(N-95)와 보호안경, 장갑, 가운 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는 1차 발생에 의해 전파된 2차 감염은 가족과 같이 매우 긴밀한 접촉을 했을 경우에만 발생한다"며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므로 일반 국민들이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만, 중동 방문자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 대응 실패…감염관리 대책 완전히 다시 짜야

이번 메르스는 알려진 것과 달리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낮은 형태의 '한국형 메르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바이러스 변종을 일으켰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WHO에 따르면 2012년 4월 중동에서 처음 보고돼 전세계적으로 1143명이 발생하고 465명이 사망했다. 메르스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공기 감염이 되지 않지만 치사율은 사스(10%)의 4배인 40%이다.

이번 13명의 메르스 환자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첫번째 환자와 6번째 환자는 폐의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기도에 산소를 주입하는 기도삽관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다. 의료계는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이나 환자 외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고 병원에서 곧바로 적절한 진료를 실시한 만큼, 치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체 내에서 증식 기간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때 잘 이겨내면 단순한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다.

반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방문했거나 입원한 병원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다. B병원 환자들은 상당수 자진퇴원했으며, C의원은 지역사회로부터 진료 폐쇄의 요구가 있었다. D병원은 첫번째 환자와 응급실에 함께 있던 환자들을 파악해 사실을 안내했지만, 일부 환자는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의 실패의 아쉬움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 11~20일까지의 첫번째 환자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하지 못하고 인접접촉자를 꼼꼼히 파악하지 못한 방역체계의 헛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번 기회로 감염관리 대책을 전문가들에 맡겨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신고를 의무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환자가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의료진이 치료를 기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완전히 실패했다"라며 "전문가가 아닌 행정가의 질병관리 대응책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현실에 맞지 않는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감염 우려없이 안전하다는 오판으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메르스 환자가 급속도로 퍼지고 심지어 중국으로 출국해 국가의 위상이 추락했다"라며 "정부는 의료계 전문가단체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신종감염병 확산 방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첫번째 환자에서 감염된 12명 모두 2차 감염이고 2차 감염자에 의한 3차 감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환자와 격리대상자를 집중 점검해 3차 감염과 추가감염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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