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접촉도 없었는데.. 공기 전파 가능성?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9일 만에 12명으로 늘면서 엄청난 감염 속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감염력이 낮다고 봤는데 현실에서 전파 양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29일 현재 메르스 사태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첫 환자 A씨(68)와 다른 병실을 쓴 환자들에게서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추가 확인된 국내 환자 4명 가운데 3명이 같은 층 다른 병실의 환자였다. 보건 당국은 '밀접한 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지금까지 메르스가 가벼운 침방울(비말)이나 근접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고 밝혀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와 해외 연구사례 등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병동에서 환자가 속출함에 따라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에 하나 메르스가 공기중으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보건 당국은 방역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3차 감염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민 사이의 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나리오는 첫 환자 A씨가 '슈퍼 전파자'일 가능성이다. 감염병에서 슈퍼 전파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유행 당시 1명이 8명에게 옮기는 경우 슈퍼 전파자로 분류됐다. 사스가 처음 발견된 2002년 초반에는 환자 1명당 2차 감염자가 1명이 안 됐는데 유행이 확산되면서 2∼3명으로 늘었다. 1명에게서 8명 이상 옮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A씨의 슈퍼 전파자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WHO도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환자 1명이 0.6∼0.8명에게 옮기는 정도로 감염력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스 유행 당시 감염자 수가 늘어난 이유를 바이러스 변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첫 메르스 감염자 A씨와 여섯 번째 감염자 F씨(71)는 폐에 손상이 생겨 기도에 관을 삽입해 기계호흡을 하고 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I씨(46·여)는 A씨가 처음 찾은 병원의 간호사로 집에서 격리 중이었다. 지난 26일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됐으나 28일 다시 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바이러스 수가 적을 때는 유전자 검사를 해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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