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점령한 불법 게스트하우스, 300곳 넘는다"

안준용 기자 2015. 5. 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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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한 달간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서울 시내 132개 숙박 업소를 대상으로 관광경찰, 서울시와 합동 점검을 실시해 44개 불법 업소를 적발했다. 3곳 중 1 곳이 불법이었다. 업주들은 대부분 건축물 용도 변경 없이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을 게스트하우스로 둔갑시켜 숙박업을 하고 있었다. 문체부는 불법 업소들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이는 일부일 뿐 단속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게스트하우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하거나, 관광진흥법상 호스텔업 또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으로 지정받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최근 생겨나는 게스트하우스들은 2012년부터 시행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을 받아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 허가나 사업 계획 승인 없이 구청에 지정 신청만 하면 인·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건은 건물 용도가 주택이어야 하고, 사업주가 전입 신고 후 실제 거주하는 곳이어야 하며, 면적이 사업주 거주 면적 포함 230㎡(약 70평) 이하여야 한다. 또 이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전용으로만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이 신고 절차도 없이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가 서울 시내 최소 150곳이 넘고, 법 기준을 어겨 편법으로 운영되는 곳을 포함하면 불법 업소가 300곳이 훌쩍 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해 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A게스트하우스는 건물 용도가 오피스텔이다. 이곳은 유명 다국적 숙박 예약 사이트에 사진 50여장과 함께 소개 글과 이용객 평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서울 강남의 B게스트하우스는 성형 수술을 받으러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데, 고시원으로 등록돼있다.

이밖에 서울 마포구와 중구·강남구 일대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미신고 업소는 물론 도시민박업 신고 주소지와 실제 사업 주소지가 다른 경우도 많다. 게스트하우스 창업 컨설팅 업체 아이스테이컨설팅 김승겸 대표는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를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 난립한 결과”라고 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을 받은 업소는 올 3월 말 현재 서울 시내 총 630곳이다. 2013년 말(366개)에 비해 약 72% 급증한 것이다. 구별로는 홍대가 위치한 마포구가 179개소로 가장 많다. 하지만 지정을 받은 업소들 중에도 법 기준을 어기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대부분 방 하나 또는 한 층만 신고하고 건물 전체를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식이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게스트하우스는 방 하나만 신고하고 17개 객실을 운영 중이며,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방 6개는 C게스트하우스, 방 5개는 D게스트하우스로 신고했다. 이 게스트하우스가 실제 운영하는 객실은 27개다. 작년 말에는 가수 규현의 아버지가 서울 명동의 지상 6층 건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한 층만 도시민박업 지정을 받고 나머지는 고시원으로 신고한 뒤 영업을 하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또 이런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외국인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채 대놓고 ‘내국인 장사’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찰은 이런 게스트하우스 불법 운영 실태에 대해 “빈 주택을 활용해 외국인들에게 홈스테이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자는 법의 취지를 악용한 사례”라며 “불법 운영 과정에서 소득 신고 누락 등 탈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또 “불법 게스트 하우스는 화재 등에 대비한 보험도 들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고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주거 지역에 불법 대규모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다보니 주민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신촌에 사는 조모(31)씨는 “앞 건물에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생기더니 밤마다 캐리어 소리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말 소리로 잠 못 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문체부는 올 하반기에도 불법 게스트하우스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또 현재 벌금 200만~300만원 수준인 불법 숙박업소 형사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영업장 폐쇄까지 가능하도록 공중위생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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