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밀렸다고 세입자 현관문 쇠사슬로 묶은 집주인..그 이후 벌어진 일은?

이병희 기자 2015. 5. 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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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입자가 사는 집의 현관문을 쇠사슬로 걸어 잠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원도 평창군에 사는 이모(31)씨가 최근 실제로 겪은 일이다.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현관문이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었다고 한다. 월세 넉 달치가 밀리자 집주인이 잠근 것이다.

이씨가 사는 집은 월세 25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이다. 관리비 등을 포함해 180여만원이 밀렸다고 한다. 이씨는 “아내 명의로 집을 계약해 아내가 관리했는데 집주인이 그동안 아무 말도 없어 전혀 몰랐다”며 “아무리 집주인이라고 해도 다짜고짜 쇠사슬로 문을 잠그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했다.

그는 열쇠 수리공을 불렀지만 수리공은 “집주인 허락이 없으면 열어줄 수 없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인근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의 답변이 의외였다. 경찰관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세요”라고 했다. “다만 문을 함부로 따면 나중에 주인이 문제를 제기 할 수 있으니 법적인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도 했다.

놀란 이씨가 “문을 잠근 집주인은 잘못이 없고, 그걸 열고 들어가는 나만 죄인이 되는거냐”고 물었더니 경찰관은 “집주인이 그냥 넘어가면 괜찮지만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책임질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그럼 집에 못들어간다는 말이냐”는 이씨의 말엔 “엄밀히 말하면 그건 그쪽 사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받고 싶으면 정식으로 소장을 제출하면 되는데 담당자가 정해지고 정식으로 참고인을 한명씩 만나 면담하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경찰관의 말은 맞는 것일까. 노영희 변호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세입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월세가 밀렸다면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통해 월세를 요구할 수 있지만, 세입자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안은 집주인이 형법의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만약 경찰이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면 법을 잘 모르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집주인도 집주인이지만, 법을 거꾸로 알려준 경찰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해당 파출소 관계자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어서 우리 직원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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