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반 모임 생일파티..아이들은 즐겁지만 엄마들은 '한숨'

2015. 5. 29. 14: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맘 A씨(35)는 이번 주 아이의 생일날 휴가를 냈다. 석가탄신일 휴일로 월요일을 쉰 터라 휴가를 내는 게 눈치 보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5월·6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반 친구들을 초청해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생일파티를 반 차원으로 하는 게 당연한 게 돼 버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A씨의 경우처럼 요즘 초등학생 생일파티는 여러명의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들을 초청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아이끼리 진행하지만 인원이 적으면 2개월을 묶기도 한다. 얼핏 보면 여러명의 아이들이 함께 파티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초대하는 친구들의 숫자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대한 친구들의 엄마들도 같이 오기 때문에 준비가 훨씬 신경 쓰인다.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전업맘 B씨(37)는 "같은 반 엄마들끼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기 시작한 후 중요한 대화 주제가 생일파티였다"면서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혹시나 일이 생겨서 아이가 못가게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일파티 날짜를 두고 엄마들간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반 차원으로 생일파티를 하다 보니 못 가게 되면 소외되지 않을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생일파티 날짜가 정해지면 엄마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장소, 시간, 음식을 정해야 하고 답례품까지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토요일날 생일파티를 했는데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왔었다"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하고 나니 후련했다"고 말했다.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직장맘 학부모들은 눈치가 보인다. 사전에 만나서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평일날 생일파티를 할 경우 A씨처럼 휴가를 내지 않는 한 함께 하기는 힘들다.

이렇다 보니 초등생 생일파티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생겼다. 트램펄린 같은 놀이기구를 갖추고 외부음식을 갖고 와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곳들이다. 특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업체측에서 사회자가 나와 진행을 해주기도 한다. 돌잔치나 회갑잔치 같은 형태다. 이같은 틈새를 공략해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생일파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B씨는 "반 모임 생일파티를 한번 시작하게 되면 다음 차례 엄마들이 준비를 안할 수가 없게 된다"면서 "힘들고 피곤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