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치이는 물고기 사체.. 구더기까지 득시글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 수거되지 않는 죽은 물고기가 공주보 주변을 떠다니는 모습 |
ⓒ 김종술 |
많은 이들이 '봄이 오고 있나 보다'라며 한껏 들떴을 지난 3월, 금강에서는 물고기 폐사가 시작됐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주보와 인근 수상공연장, 쌍신공원 등에서는 매일같이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조류를 제거하겠다며 수차 대용으로 들여온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서도 죽은 물고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발에 치이는 죽은 물고기... 썩은 냄새 진동
▲ 공주보 주변 수상공연장과 쌍신공원 인근에서 죽은 물고기 사체가 썩으면서 악취가 난다. |
ⓒ 김종술 |
4대강 사업이 준공된 다음 해인 2012년부터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발표한 폐사 물고기 숫자는 각각 달랐다. 환경부는 6만 마리가, 충남도는 30만 마리가 죽었다고 밝혔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파악한 수는 더 많았다. 당시 약 13일 동안 금강 주변에서 지내면서 파악한 폐사 물고기 숫자는 60만 마리에 달했다. 그 다음해, 그 다음 다음해에도 물고기 폐사는 이어졌다. 2013년과 2014년에 금강에서 죽은 물고기 수를 합치면 수천 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4대강 사업으로 담수가 되면서 물고기의 몸집은 커지고 외래어종인 배스가 많아졌다. 붕어 잡이에 나서는 낚시꾼들에게 외래종인 배스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배스를 잡은 족족 풀밭에 버리고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런 이유로 수풀을 걷다가도 썩어가는 물고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지난해까지는 국민들의 눈을 의식한 듯 죽은 물고기를 거둬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거액 들인 조류제거시설 '마이크로버블' 효과는?
▲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설치된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 부유물질이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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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수상공연장에 마이크로버블기가 설치됐다. 개발자가 부유물 제거에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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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담수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녹조 때문에, 여름이면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는 보트를 이용해 녹조를 흐트러뜨리고 황토를 뿌리는 등 초비상이었다. 급기야 수상공연장에 대당 100만~200만 원가량 하는 물고기 수차를 설치해 24시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더욱이 멈춰선 수차에 이끼벌레가 달라붙으면서, 결국 수차는 철거됐다.
지난 3월 수자원공사는 1대당 가격이 1425만 원인 '마이크로버블'기 2대를 테스트 목적으로 설치했다. 크기는 수차와 비슷했지만, 이 기계가 물속에 초미세기포를 공급해 용존산소 증가와 수질정화 효과가 있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기계는 자연조건에서 공기 유입구에 부유물질을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처음 설치했을 때는 개발자가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 바지 장화를 입고 부유물 제거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부유물 차단을 위해 기계 둘레를 망으로 둘러쌌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됐는지 오탁방지막을 쳐서 부유물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그래도 유입되는 부유물은 수자원공사가 직원들이 직접 수거에 나서고 있다.
▲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보트를 이용하여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의 부유물 수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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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수자원공사담당자는 "설치한 지 2달 정도 된 상태에서 주 1회 모니터링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가지고 충북대학교에 의뢰하여 정확한 분석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외에도 농어촌공사가 2개의 저수지에서 시험운영을 하는 만큼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로버블기는 국민들의 혈세를 들여 설치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철저하게 검증해 전문가들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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