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천국 탑골공원에 몰리는 젊은층.. 왜 ?

김다영기자 2015. 5. 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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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장기 경제불황

주머니 가벼운 20~30대 값싼 식당·이발관 등 찾아 3~4년 전부터 증가 추세… 새로운 풍속도 자리 잡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후문 식당가 일대에 점심시간이 되자 예상 밖의 풍경이 연출됐다. 과거 흰머리에 점퍼를 걸친 60∼70대 노인들 일색이던 식당에 청바지를 입은 젊은이들과 정장을 입은 30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

연극 연출을 공부하고 있다는 최모(27) 씨는 이날 탑골공원 한 식당에서 4000원짜리 비빔밥을 시키며 "요즘은 일반 식당에서 이런 비빔밥을 먹으려면 6000∼8000원이 기본"이라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한 3개월 전쯤부터 식사하러 탑골공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리던 탑골공원에 청년층의 발걸음이 크게 늘면서 전례 없던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주머니 사정 어려운 20∼30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탑골공원의 식당과 이발소, 과일 가게 등을 찾는 것이다.

40년 넘게 탑골공원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배종수(54) 사장은 "청년실업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3∼4년 전부터 청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6개월 전부터 20∼30대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저녁에는 25∼30개 테이블 가량이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특히 발걸음이 없었던 점심시간에도 30명가량의 청년들이 식사하러 찾아온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왔다는 이모(32) 씨도 "맛도 좋고 가격도 싸서 종종 탑골공원 식당을 찾곤 한다"며 "예전에는 어르신들밖에 없어서 이 골목에 들어오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은 비슷한 또래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더 자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 손님만 가득했던 탑골공원 이발관에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J 이발관에서 일하는 문모(58) 씨는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머리를 자르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비싼 미용실에 비해 가격이 절반도 안되니까 노인들의 이발관이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탑골공원 일대 이발관과 이용원은 대부분 이발 3500원에 염색 5000원의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커트에만 평균 1만2000∼2만5000원에 달하는 일반 미용실보다 저렴하다.

탑골공원 인근 노인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급식소 옥상에서 보면 탑골공원 일대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데, 최근 한 달 만 비교하더라도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며 "워낙 물가가 저렴한 데다 탑골공원 주변 환경이 많이 개선되면서 젊은이들이 거리낌 없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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