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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특타와 벤치클리어링에 대해

조회수 2015. 5. 29. 09: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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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특타와 벤치 클리어링 - 무엇이 구태(舊態)인가

곰들의 마산 시리즈가 끝났다. 일정 중에 펼쳐진 그들의 화려한 활약상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매체가 무수한 표현으로 전달했다. 사건 개요와 전개, 그리고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마무리까지. 깔끔한 기승전결의 구성은 샅샅이 대중들에게 공유됐다.

따라서 이미 물 빠진 흥행작에 한마디를 더 보탠다는 건 창조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냥 중언부언, 문자 낭비, 데이터 초과일 뿐이다. 다만 한가지. 그럼에도 해야 할 얘기가 있다.

왜? WHY? 그들은 왜 그렇게 '오버'했을까. 그 '오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오늘 <…구라다>가 던지는 화두다.

그들은 왜 그리 강렬하게 타올랐나

마산 사건의 가장 큰 의문은 액션의 '정도'다. 과연 그렇게 격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말이다.

얼굴 붉히고, 목소리 높아지고, 벤치에서 우르르 달려나오는 일들은 별로 새롭지 않다. 대개의 경우 잠시 가까이 모여서, 서로 안부 확인하고 돌아서는 정도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고, 심지어 타자가 투수에게 빈볼을 던지는 사상 초유의 역행도 일어났다. 베어스측은 사건의 발단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강렬하게 타올랐다. 모두들 의아해할 정도로 오버 액션이었다. 도대체 왜들 그랬을까.

그 답은 경기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 그때가 7회초 선두타자였다. 바로 앞선 6회말에 무슨 일이 있었나. 3-1로 그럭저럭 긴장감이 유지되던 게임은 일순간에 균형이 깨졌다. 다이노스가 타자 일순하면서 4점을 뽑아 7-1을 만들었다. 베어스는 그 전날(26일)도 무기력하게 패했다. 13-2였다. 그러니까 이틀 내리 완패를 당하는 흐름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6연승, 7연승으로 무서운 기세를 타고 있었다. 연패에 대한 분노와 함께 '스윕'의 불안감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위기를 느끼는 순간 행동을 결정하는 게 '습성'이다. 그건 오래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베어스가, 오재원이, 민병헌이, 홍성흔이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계획적으로 움직였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덕아웃에는 '이러다가 다 내준다. 분위기 확 바꿔버릴 뭔가가 필요하다'는 본능적인 공감이 있었을 것이다.

즉 무력해진 팀에 활기와 독기를 불어넣을 획기적인 요소를 찾아야 할 시점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순간이 캡틴의 타석이었다. 그는 투수를 자극했고, 거기에 반응이 오자 평소보다 훨씬 강렬하게 대응했다. 마찬가지로 그라운드로 나오면 안되는 전직 캡틴까지 동분서주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소요 사태를 주동했다.

낡은 방식에서 비롯된 퍼포먼스

어쩌면 그 세계에서 베어스의 행동은 침체된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한 고참들의 열정으로 이해될 지 모른다. 왜? 아주 오래 전부터 그들의 까마득한 선배들이 그랬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덕아웃 의자 박살내서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애꿎은 심판 트집 잡아 생떼 부리고, 상대방 자극해서 사건 만들고….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구태들이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리그의 동업자들, 무엇보다 팬들의 불편함 따위는 눈 감아버리는 행태다.

핵심을 변질시키고, 내부 문제를 외부 요인으로 희석시킨다. 그걸 위해서 사방을 시끄럽게 만든다. 그래서 결속을 다지고, 흐름을 바꾼다. 그건 정당함으로 겨뤄야 할 스포츠에 어울리는 방식이 아니다. 청산해야 할 옛날 방식이고, 잘못된 습성이다.

그들의 사건과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그보다 하루 전인 26일 대전이었다. 홈팀은 3-10으로 대패한 뒤 터덜터덜 퇴근길을 재촉했다. 밤 10시였다. 그런데 노감독이 몇몇을 불러세웠다. 단골 야근 멤버인 정근우, 권용관 등 6명이었다. 갑작스러웠다. 자기 옷을 이미 빨래통에 넣어버려 남의 것을 빌려 입어야 했던 선수가 있을 정도였다.

특타(특별 타격훈련)는 거의 자정 무렵까지 계속됐다. 나이가 30을 넘어 40이 가까운 선수까지 녹초가 되도록 커다란 볼 박스를 비워야 했다.

급하게 야간 작전을 감행했던 지휘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두 게임 내리 대패했다. 무기력했다. 그리고 오늘 김경언이 다쳤다. 한달 넘게 못나올 것 같다. 선발 오더 짜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용규마저 아픈 허리로 억지로 뛰고 있다. 지금 우리 팀은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각자의 방식은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야간 특타는 연승, 벤치 클리어는 연패였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다. 위기 극복에 대한 발상의 차이 말이다.

야신의 방식은 늘 비판받는다. 고리타분한 옛날 방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베어스는 40대 신인 감독이 이끈다. 그런 젊은 리더십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과연 시대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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